훈민정음 상주본 보유 배씨 “법적으로 다시 따지겠다”

모습을 감춘 국보급 문화재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보유자로 알려진 배익기씨(52)가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배 씨는 재심 청구에 앞서 상주본 소유권에 대한 재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소유권 문제 때문에 재심은 언제라도 청구하기는 해야 한다”며 “다만 재심청구는 시기가 문제인데 소유권 진상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재심을 청구해봐야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앞선 2008년 골동품 수집가인 배씨는 집수리를 하던 중 모아둔 책 가운데서 상주본을 찾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골동품상인 조용훈씨(2012년 사망)가 2010년 배씨를 상대로 “배씨가 다른 고서적을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어넣어 훔쳐갔다”며 물품인도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5월 “해례본은 조씨 소유이므로 돌려주라”며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배씨는 판결을 무시하고 해례본을 내놓지 않았다. 배씨는 절도혐의로 인해 형사소송도 이어져 1심서 징역 10년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조씨가 숨지기 전인 2012년 5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기에 민사상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다는 입장이다. 배씨도 지난 9일 평가액의 10%인 1000억원을 보상해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자로 훈민정음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풀이한 해례본 상주본은 예의(例義),해례(解例), 정인지 서문 등 3부분에 서른세 장으로 구성돼 있고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간송미술관 소장)과 같은 판본에 보존상태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