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제사 대가로는 많아" 반환 판결…2심 "제사·봉양 대가"
2011년 땅이 도청 이전지로 결정되면서 A씨는 토지보상금 10억8천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해 일곱 자녀에게 보상금을 1천만원에서 6천만원씩 떼어 나눠줬다. 아들 한 명에게는 특별히 2억9천만원이 든 통장을 건냈습니다. 고령인 자신을 대신해 앞으로 제사를 맡기려는 취지였습니다.
아들은 이 돈에 대출을 더해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조부모 제사와 명절 차례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2013년 A씨는 아들을 상대로 "3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아들이 더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정에서 A씨는 "내가 죽은 뒤 자녀들이 공동기금으로 쓰도록 3억원을 남겨두려 했다"며 "아들이 조부모 제사를 지내는 조건으로 그 돈을 보관하게끔 한 것이니 제사를 안 지냈으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아들은 아버지가 순종적인 자신을 특별히 여겨 3억원을 증여한 것이며, 조부모 제사를 지내라는 등의 조건이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지난해 6월 1심은 아들이 3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은 "아버지를 부양하고 조부모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3억원이라는 거액을 증여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2심인 대구고법 민사2부(이기광 부장판사)는 지난달 1심을 뒤집고 아들이 3억원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부인 명의의 계좌를 따로 만들어 아들에게 돈을 줬다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A씨 부부가 다른 자녀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아들이 집으로 모셔와 5개월간 봉양했다며 "A씨가 아들을 특별히 여겨 3억원을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아들이 2013년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 역시 다른 자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제사를 지내고 있어 증여의 조건을 어겼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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