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방송된 MBN 프로그램 '남심북심 한솥밥'에서는 현미와 ‘함경도 왕나팔’ 김정현씨와의 만남이 그려졌습니다.
북에서 22년간 현장 방송원(아나운서)으로 활약한 김정현씨.
현장 방송원은 방송차를 타고 북한 전역 근로 현장을 누비며 근로자의 사기를 북돋아 일의 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방송원은 북한 최고의 엘리트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정현씨는 3년 전 남한으로 넘어와 북에서의 경력을 살려 ‘북한개혁방송’ 아나운서로 활동 중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들에게 대한민국 소식을 전하는 것이 정현씨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인데요.
‘함경도 왕나팔’ 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지어진 것일까요?
바로 억양이 높은 북한 방송에서 크게 말하던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입니다.
화통한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커다란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정현씨.
북에서 군 고위 간부급에 속해 방안 넘치도록 훈장을 받았던 아버지가 굶주림에 고통 받다 돌아가신 것인데요.
“이 훈장 다 가져가고 쌀 가득 담아 주면 얼마나 좋겠니?” 하시며 하염없이 우시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지금도 정현씨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듭니다.
심지어 정현씨의 하나 뿐인 아들마저 군 입대 후 영양실조로 정현씨의 곁을 떠났습니다.
정현씨는 아들을 처음 잃었을 때는 낮밤이 바뀌고 계절이 변하는 것 마저 잊고 살았다고 말합니다.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현씨의 남편마저 아내를 홀로 둔 채 뇌출혈로 사망한 것인데요.
극심한 가난과 배고픔이 만든 기구한 운명에도 힘찬 목소리로 방송을 전하는 정현씨.
오늘날의 정현씨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1년 전 정현씨를 따라 탈북한 어머니입니다.
의지할 데라고는 두 사람 밖에 없는 모녀는 서로 친구가 되어주며 남한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방송은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50분.
[영상뉴스국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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