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성적이 수능 성적’ ‘초등 성적이 평생 성적’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지난해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의 80%는 고등학교 1학년 내신성적이 1등급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사교육업체의 공포 마케팅과 학부모들의 과열 경쟁 탓에 일찌감치 포기하는 중위권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때 학교 내신이 저조했더라도 본인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능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11일 매일경제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3228명의 일반고 출신 수험생의 지난해 수능 등급과 고등학교 1학년 내신등급을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분석결과 고등학교 1학년때 수학내신이 2등급이었던 학생 가운데 11.4%는 수능 수학 성적이 1등급으로 올랐다. 고1 내신 3등급이었던 학생 중 10.6%도 수능에서 1등급을 기록했고, 내신 3등급 학생중 20.5%는 수능에서 2등급으로 성적이 올랐다.
고1 내신 4등급 학생 가운데도 수능에서 1등급을 기록한 학생이 6.8%나 됐고, 2등급과 3등급으로 성적이 오른 경우도 각각 10.1%와 24.2%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많아 ‘수포자’가 속출하는 교육현실 속에서도 고등학교 입학 이후 수학성적이 향상된 학생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1 수학 내신이 1등급이었던 학생 가운데 18.4%는 수능 수학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이들 학생은 저학년때 부터 꾸준히 상위권 실력을 유지한 경우다.
영어 과목 역시 비슷하다.
고1 영어 내신 1등급 학생이 수능 영어에서도 1등급을 받은 경우는 19.6%였고, 고1 내신 2등급 학생 가운데 수능 성적이 1등급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은 12.2%였다. 내신 3등급 학생중 5.6%는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고, 22.2%는 2등급으로 성적이 올랐다.
국어는 고1 내신 1등급 학생중 2.7%만이 수능에서도 1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최상위권도 성적을 유지하기 힘든 과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1 국어 내신 2등급 학생 중 13.1%가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고, 내신 3등급 학생중 4.1%가 수능에서 1등급으로 성적을 올렸다.
고1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 내신 3등급대 중위권 학생들은 수학 과목 성적 올리기가 가장 쉽고, 국어 성적이 가장 올리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내신 3등급 학생의 수능점수 상승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수학(31.1%)이었고, 가장 낮은 과목은 국어(19.4%)였다.
학교 내신 4~6등급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과목은 영어였고, 국어는 상대적으로 성적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명확한 근거 없이 어릴 때 성적이 수능까지 간다는 낭설이 퍼져있었는데,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며 “학교내신은 한번 실수했다고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필요하고 반대로 상위권 학생들은 성적유지가 쉽지 않다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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