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각양각색 얼린 과일, 신선한 생간...’
부잣집 보양식이 아니다. 말복 무더위를 앞둔 11일 서울대공원 동물 메뉴에 올라있는 ‘특식’이다. 이날 서울대공원은 “더위에 동물들의 떨어진 입맛을 살려내기 위해 특별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사람보다 더 더위에 예민하다. 식욕 저하로 체중이 줄고, 면역 기능도 저하되는 ‘고난의 시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동물들 여름 피서법이 독특하다. 특히나 더위에 약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타민 A·B, 철분, 단백질이 풍부한 소의 생간을 얼려 특식으로 주고 있다. 주식인 닭고기도 얼려서 주고, 물웅덩이에는 대형 얼음을 넣어 냉수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털이 많은 오랑우탄에는 꽁꽁 얼린 과일을 줄에 매달아 준다. 입맛을 살리고, 운동도 시켜주자는 취지다. 알락꼬리 여우원숭이는 과일로 만든 가지각색 얼음 큐브를 줘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귀여운 외모로 공원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랫서 팬더도 냉수 목욕이 약이다. 야외 방사장에 스프링쿨러를 틀어 온도를 낮춰주고 내실에는 에어컨을 설치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했다.
열대 지역에 사는 아시아 코끼리도 한국 무더위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시원한 물줄기로 냉마사지를 해주고 커다란 물웅덩이에 얼음과 수박, 참외, 파인애플 등 당분 많은 제철 과일을 넣어 떨어진 입맛을 살려주도록 했다.
동물 영양분석을 담당하는 심형은 서울대공원 주무관은 “더위에 지친 동물들을 위해 매주 시장을 방문해 소간과 제철과일 등을 직접 구매한다”며 “동물들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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