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른바 ‘관심종자’들의 도 넘은 행동과 언행이 문제 되고 있다.
‘관심종자’란 타인의 관심을 받을 목적으로 SNS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흔히 ‘관종’이라고 줄여 부른다.
실제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가학적인 행동, 자극적인 이야기를 서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짓된 미담을 올려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태까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SNS가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나를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토끼목욕 동영상’, “난 토끼가 더러워질 때만 목욕시켰다”
지난 22일 미국 온라인 미디어 더도도(The Dodo)에 올라온 한 유튜브 동영상에는 세면대 안에 토끼가 누워있다.
영상 속 토끼는 전신에 경련이 일어나고 마지막에는 무호흡 상태로 굳어있는 모습이다. 토끼는 물에 닿을 경우 저체온증, 호흡기 감염, 심장마비 등으로 죽을 수 있는 동물이다.
자극적인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8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비난의 댓글이 이어지자 동영상 게시자는 “내가 매일 목욕시키는 줄 아느냐”며 “(토끼가) 너무 더러워져서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악플에 대해서는 “정말 재미있다. 목욕을 시킨 후 토끼를 편안하게 눕혔다”고 응답했다.
◆ 막걸리녀 “관심받고 싶어서…”
지난달 29일 한 장의 사진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강아지 일주일 굶게 한 후 막걸리 먹이고 인증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2장의 사진에는 각각 막걸리는 먹고 있는 반려견 두 마리와 구토하는 반려견의 모습이 담겼다.
반려견을 일주일 동안 굶긴 뒤 막걸리를 먹였다는 여성은 사진과 함께 “막걸리 마시고 비틀비틀 토하고 난리다. 먹순아 우리 술끊자~”라고 글을 적어 SNS에 게시했다.
네티즌 사이에 동물 학대 논란이 일자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해당 여성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을 뿐 실제로 막걸리를 먹인 적 없다”며 “(논란이 된 사진은) 실제 막걸리를 먹인 것이 아니라 예전에 아팠을 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이 여성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무단 도용해 SNS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보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의 사진을 올리면 더 관심받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좋아요’가 좋아요
SNS 상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 정점에 치달았던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국가적 재난 사태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던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SNS는 경건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긴박한 구조 작업이 이뤄질 때 SNS에서 뜬금없는 생존자 소식이 들려왔다. 배 안에서 보내는 구조 요청부터 가족들의 카카오톡 캡처, 지인의 연락 등 사고 상황을 전하는 소식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글들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저 살아있어요’라는 식의 거짓 글은 오히려 유가족의 마음에 생채기를 입혔다.
거짓 글을 작성한 혐의로 체포된 김 모씨(30대·남)는 “실종자 구조가 더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사람들의 ‘좋아요’(페이스북 기능 중 하나)를 유도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유명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던 걸로 밝혀졌다.
◆ SNS의 추악한 단면,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보고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악성 게시물(음란 정보 등 포함) 심의 건수는 2009년 2만4000여 건에서 지난해 14만여 건으로 5년 만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병폐라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SNS 상에서의 인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디. 얼마 전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리어카로 자신의 차를 긁었지만 오히려 할머니가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린 남성은 네티즌으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알고보니 모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보호와 채식주의를 홍보를 한다며 SNS 활동을 활발히 한 여성(27)은 음란물로 관심을 끈 후 이를 이용해 돈벌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 등 자극적인 사진과 글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전문의는 이런 현상에 대해 “SNS에서 이런 일들을 벌이는 사람에게 유일한 목적은 관심을 끄는 것이다”며 “허위 정보 등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식이 가지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거짓 정보로 자기과시를 하고 관심을 유도하는 사람은 일종의 ‘히스테리성(연극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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