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한 대 때문에 차들이 전부 자전거 속도에 맞춰 달리게 하는 법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지난주 거래처와의 약속 장소로 차를 몰고 가던 김지훈(28·가명)씨는 길을 막아선 자전거로 인해 불편을 겪은 일을 하소연했다. 김 씨는 “차 앞으로 10여대의 자전거가 등장해 경적을 울렸지만 한 대는 끝까지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주말마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강형주(28·가명)씨는 악질 자동차 운전자 때문에 늘상 위험에 처한다고 호소했다. 강 씨는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데 승합차가 바로 옆을 스치듯 추월해 지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왕복 8차선 도로가 텅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시비를 걸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손가락 욕까지 하며 지나갔다”며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자전거를 탄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자전거 운전자 간 차도 위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맨 우측 차선을 타고 달리도록 돼있다. ‘차마’의 하나로 인정받아 서행하는 차량의 차로를 배정 받은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구(舊)도심 좁은 차도에서도 이런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해 자동차 운전자들의 원성이 높다.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도심 도로들은 자전거가 달리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됐기 때문이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1995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를 설계할 때 자전거 통행을 감안하기 시작했다”라며 “그 전에 깔린 도로들은 당연히 차 또는 사람만 생각하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시지역의 간선도로들은 대부분 시속 60km 이상의 설계속도를 두고 만들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전거 사고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6664건의 자전거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8802건이 서울·부산 등 8개 도시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도심 자전거 도로 보완이나 신설이 쉬운 일은 아니다.
행정자치부에서 자전거 활성화 업무를 맡고 김장오 사무관은 “교통난이 심한 지역들에 자전거도로가 들어설 공간을 새로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도심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 및 문화가 조속히 갖춰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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