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정하시고 앞 분과 조금 간격을 두고 입장하세요.” “열감지 해야 합니다. 모자는 벗고 입장해주세요.”
13일 오전 8시30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덕원중학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전국에서 온 수험생 13만명이 덕원중학교를 비롯한 시내 155개 학교에서 일제히 서울시 7·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이날 2040명 수험생이 몰린 덕원중학교에는 정문에는 입실을 안내하는 강서구 보건소 직원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불안한 표정으로 정문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수험생들 절반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시 당국은 전염 가능성을 우려해 출입구를 단일화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곳곳에 메르스 의료부스가 들어섰고, 시험장은 2차례나 방역소독이 이뤄졌다. 서울시는 메르스 지역감염 위험을 우려해 당초 시험 연기도 검토했지만 결국 시험을 강행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조해 하는 수험생들이 많았다. 주위를 신경쓰다가 수년 간 쌓아온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수험생 김 모씨(26)는 “인천에서 왔는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온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서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시험을 치러 왔다는 안 모씨(25·여)는 “이번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메르스에 걸리기라도 하면 이달 말께 치르는 지방직 시험에서 낭패를 볼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우려감을 드러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험생 때문에 학교 시설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남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강서구 주민 박 모씨(47)는 “수험생들도 걱정이겠지만 시험이 끝난 뒤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도 걱정”이라면서 “소독을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메르스로 인해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 3명은 자택에서 각각 감독관 2명과 간호사 1명, 경찰관 1명이 입회한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서울시는 직접 책상과 의자를 준비해가서 자택 방에서만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철저한 감독을 위해 수험자 1명당 2명의 감독관을 붙였다. 시험 문제지는 경찰관 입회 하에 개봉하도록 했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국장은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철저히 감독을 계획했다”면서 “자택에서 시험을 치렀더라도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험생 A씨(27)는 자가격리자임을 숨기고 공개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려다 적발돼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검사 결과 A씨는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에 사는 A씨는 12일 밤 부산의 한 병원에서 135번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다음날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시험장 입구에서 체온이 높게 나와 간호사의 문진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밝혔다. 서울시는 A씨의 시험장 입실을 막고 구급차를 이용해 A씨를 보건소로 옮겼다. 한편 이날 임용시험에는 2284명 모집에 13만33명이 응시해 5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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