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로 잡은 밍크고래를 바다에 버려두고 달아난 일당이 한달여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울산 북구 주전항 동쪽 23㎞ 해상에서 작살로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혐의(수산업법 위반 등)로 어선 선장 이모 씨(42) 등 2명을 구속하고, 선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 등은 올해 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3개월간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시가 1억6000만원 상당의 밍크고래 4마리(동해 3마리, 서해 1마리)를 포획해 음식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지난 4월 말 울산 앞바다에서 4개의 작살에 맞아 죽은 밍크고래가 발견되자 수사에 나섰다.
이씨 등은 지난 4월25일 밍크고래 2마리를 포획해 1마리는 해상에서 해체해 밤에 몰래 판매했으며, 다른 1마리는 날이 저물자 밧줄에 매달아 바다에 숨겨 두었으나 파도에 밀려 떠다니다 발견됐다고 해경은 밝혔다. 해경은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씨가 포경 장비를 바다에 버리고 세제로 어선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등 증거를 인멸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경은 고래연구소와 함께 10차례에 걸쳐 어선을 정밀 감식한 결과 선체 구석에서 고래 혈흔을 발견해 DN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발견된 DNA는 작살에 맞아 죽은 고래와 일치했다. 해경은 또 디지털포렌식 기법(PC, 노트북, 휴대폰 등 각종 저장 매체 또는 인터넷상에 남아있는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으로 어선에 탔던 선원 휴대전화에서 삭제됐던 포획된 고래 사진 3점을 복원했다.
해경 관계자는 “용의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증거 자료를 들이밀자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살인 사건 같은 흉악 범죄에 사용되는 첨단 수사 기법을 고래 포획 일당을 잡는 데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들 일당으로부터 고래고기를 건네받아 육상으로 옮긴 운반책과 고래고기를 매입한 중간상인, 고래고기전문점, 육상 냉동 보관창고 등 고래 포획과 유통에 관여한 공범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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