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여)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그의 모교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수원과학대학교 ‘박지영 홀’에서 진행된 추모제에는 검은색 옷을 입고 근조 리본을 단 학생과 교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제는 박지영 홀 입구에 설치된 박씨의 얼굴을 새긴 부조 동판에 헌화,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추모사, 박지영 봉사장학금 수여, 희생과 봉사정신에 대한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김응권 학생복지처장은 추모사에서 “일년 전 박지영 학우는 차디찬 바닷물이 모든 것을 삼킬 듯 덮쳐 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구조하다 우리 곁을 떠났다”며 “우리는 그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주변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의 살신성인을 기리기 위해 이번 학기에 신설된 박지영 봉사장학금은 박씨의 학과 후배인 산업경영학과 학생 2명이 받았다.
수원과학대는 학기마다 봉사와 희생정신이 투철한 학생 2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매년 박씨를 추모하는 백일장을 개최하기로 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김민주(22·여) 총학생회장은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을 몸소 보여주고 떠난 선배가 자랑스럽다”며 “우리 후배들도 선배의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씨가 졸업한 시흥고등학교도 16일 오후 교내에 조성한 지영동산(학교 숲)에서 추모식과 함께 추모비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1m 남짓한 높이의 추모비는 동문회, 학생회, 학부모회, 운영위원회, 교직원회 등이 함께 세운 것으로 앞면에는 ‘6회 동문 의사자 박지영을 기리며’라는 비문이, 뒷면에 1학년 홍지윤 학생이 쓴 ‘4월의 그날’이라는 제목의 시가 새겨져 있다.
“피기도 전에 져버린 꽃/ 그대가 희생한 한 인생은/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향기가 되어 남았습니다…”로 시작되는 추모시는 시흥고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어 대상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시흥고는 백일장 입상작 10여편을 모아 추모 시화전도 함께 연다.
시흥고 강호경 교장은 “우리에게 큰 슬픔을 주었던 세월호 사고에서 학생들의 목숨을 구하고 의롭게 명을 달리한 고인을 기리고자 시흥시가 학교 숲을 조성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기념 조형물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2011년 수원과학대에 입학했지만 이듬해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휴학계를 냈다.
이후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에 입사해 세월호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던 중 참사 당시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가 목숨을 잃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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