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5시 서울 강동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강남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김정환 경장은 닷새에 걸친 잠복근무 끝에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는 첫차를 타는 40대 환경미화원 서모씨.
그가 경찰에 붙잡힌 이유는 A씨가 분실한 버스카드를 주워 썼기 때문입니다.
김 경장은 강력범죄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생활밀착형 범죄를 전담하고자 최근 신설된 '생활범죄수사팀' 소속입니다.
버스카드를 주워간 이를 찾으러 잠복근무까지 한 것은 이 때문.
지난 9일 식품회사 경리인 A씨는 20만원이 충전된 티머니 카드를 역삼역 근처에서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티머니는 환불이나 카드정지 서비스가 없습니다.
김 경장이 확인한 결과 A씨의 카드는 이미 누군가가 주워 사용하는 중이었습니다.
김 경장은 카드결제 명세를 근거로 지하철 개찰구와 인근 편의점을 돌면서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매일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해 오후 3~4시에 퇴근하는 키 165cm 가량의 중년 여성.
본인이 등장한 절반의 CCTV에서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해 넉넉지 못한 서민일 확률이 높았습니다.
잠복 끝에 잡아낸 용의자는 역시나 환경미화원 일과 빌딩 청소를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부인하던 서씨는 곧 "주웠는데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몰라 쓰게 됐다"며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서씨가 10여일 동안 사용한 금액은 모두 3만원에 불과했고, 카드를 돌려받은 A씨는 서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서씨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지지만 선고유예나 1만∼5만원의 벌금을 받는 데 그칠 전망입니다.
김 경장은 30일 "사람들이 피부로 겪는 사건은 사실 강력범죄보다 이런 소액·생활밀착형 범죄"라면서 "서로 좋게 마무리된 것 같아 기쁘고 더 열심히 해서 경찰의 치안 서비스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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