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을 불법 파견 행위라고 판결하고 도급계약과 근로자 파견계약(위장 도급계약)을 구분짓는 기준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6일 협력업체 근로자 김 모씨 등 7명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4명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차(수급인)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했는지, 근로자들이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는지, 협력업체(도급인)가 근무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 행사했는지, 근로자의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협력업체가 독립적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현대차(수급인)이 협력업체(도급인)으로부터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았다는 설명이다.
원고 측 김기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대차 자동차 생산 공장의 전체 공정에서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용이 전반적으로 근로자 파견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현대차는 불법 파견에 대한 형사 책임과 사용자로서의 민사 책임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생산과 직접 연계되지 않거나 단순 부품 공급 업무와 같은 공정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 등은 지난 2005년 협력업체에서 해고 당하자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근무했지만 현대차와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산공장에서 2년 넘게 근무를 한 김씨 등 4명은 현대차와 협력업체가 도급계약이 아닌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법상 사업주는 2년을 초과 근무한 파견근로자에 대해 고용의무를 지닌다는 것이 근거다.
1심에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구체적 지휘·명령을 한 현대차는 협력업체와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고용부 장관 허가를 받지 않는 등 불법 파견을 했다”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심에선 "현대차 소속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등 계약의 내용과 업무수행의 과정을 봤을 때 근로자 파견계약에 더 가까웠다”며 "협력업체 고유의 도급업무가 없었고 현대차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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