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되고파…'신분 세탁'해 인생 역전 꿈꾼 30대 임산부 집행유예

【 앵커멘트 】
우연히 주운 신분증을 이용해 타인을 사칭하고 인생을 바꾸려 했다가 구속된 3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임신 상태인 점을 고려해 법원은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이동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사라진 약혼녀.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찾다 보니깐 얘가 선영이가 아니래."

이름과 나이, 성장 배경 등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였습니다.

자신의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려고 그녀가 택한 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연됐습니다.

어린 시절,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었던 32살 김 모 씨.

수 억 원의 보상금으로 풍족하게 살았지만, 마음의 상처가 남아 성인이 된 뒤에도 결혼 생활에 실패하며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김 씨는 우연히 어느 화장실에서 한 여대생의 신분증을 손에 넣으면서 새 삶을 꿈꿨습니다.

여대생 이름으로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휴대전화까지 개통해 다른 삶을 살려 했던 김 씨.

여대생 계좌에서 체크카드를 만들어 돈을 인출하고, 심지어 수백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가 들통이 나 결국 법정에 섰습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피해자를 많이 동경을 하면서 (범행을) 한 거죠."

검거 당시 임신 4개월의 몸이었지만, 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 14개에 달하는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된 김 씨.

하지만, 법원은 그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건강 상태를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MBN뉴스 이동화입니다. [idoido@mbn.co.kr]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