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고수익 알바'라는 말에 현혹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30대로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며 때 늦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수도권 일대에서 대포통장·현금카드를 이용해 수십 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인출한 혐의(형법상 사기 등)로 이 모씨(26) 등 1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수도권 일대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범죄 수익금 46억여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일자리를 찾다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시된 모집 글을 보고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 현혹돼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거된 피의자 대부분은 처음엔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로 거액을 찾는 일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찾아주는 일', '업무보안상 복잡한 송금절차를 거치는 것' 등 중국 조직원의 교묘한 거짓말을 듣고 일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번 돈은 빚 탕감이나 가족 병원비, 생활비 등에 썼다는 게 이들의 진술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포통장을 건네받아 사용한 사실만으로도 현행법에 따라 엄중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경찰은 이씨 등이 검거 당시 갖고 있던 대포통장의 현금카드 161개를 압수하고 이들을 고용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국내 공범 등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30대가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구하면서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일을 하기 전에 반드시 사업장을 방문해 근무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대포폰 등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대포물건들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 명의로 대포물건이 만들어지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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