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두 얼굴…운명 갈렸다
조현아 구속수감 되던 시각 '막장 악녀 연민정' 이유리에는 연기대상
현실 세계에서 '막장'의 끝은 구속수감으로 귀결됐지만, 드라마 속 막장 연기는 연기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실의 막장은 용서받지 못했지만, 명품 막장 연기는 시청자의 갈채를 끌어냈습니다.
30일 밤 불과 1시간여의 짧은 시차를 두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은 그렇게 운명이 갈렸습니다. 현실보다 더 강렬한 드라마는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또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막장 드라마 작가들의 익숙한 항변과 아무리 사악한 악역을 해도 "결국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는 상식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올 한해도 TV 드라마의 대세는 '막장'이었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비뚤어진 야망과 가진 자의 횡포, 거짓말, 음모, 복수 등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날마다 방송됐습니다.
방송가 밖은 물론 안에서도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비등했고, 시청자도 손가락질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했고 심지어 30~40%를 넘나드는 꿈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40%대에서 고공행진을 하다 2월9일 전국 시청률 48.3%, 수도권 시청률 49.9%를 기록했고, 지난10월 종영한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는 9월21일 전국 37.3%, 수도권 38.6%의 시청률을 찍었습니다.
'왕가네 식구들'은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콩가루 집안과 복잡하고 가슴 답답한 인물 관계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왔다 장보리'는 입만 열면 거짓말에 온갖 음모와악행을 저지르는 악녀 연민정으로 인해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시청자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내며 말 그대로 방송 내내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시청자는 악녀가 벌 받는 것을 보기 위해, 정점을 찍은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보기 위해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도 두 드라마에 빠져들었고,종영을 앞두고는 원하는 드라마의 결말을 서로 내놓으며 열띤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의 분노지수를 임계점까지 치솟게 하면서도 그와 비례해 같은 양의 단순 명쾌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두 막장드라마에 KBS와 MBC는 각각 2013 KBS 연기대상과 2014 MBC 연기대상을 통해 성대한 포상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30일 밤 막장 악녀 연민정이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포상잔치가 열려도 악녀에게 연기대상을 안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 무엇보다 '왔다 장보리'의 타이틀롤인 장보리를 제치고 악녀 연민정에게 월계관을 씌우는 것은방송사에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데는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의 명품 연기의 공이 컸음에 이견이 없었고, 실제로 드라마가 후반으로 가면서는 시청자의 관심이 연민정의 종말에 쏠리면서 '연민정'이라는 이름이 키워드처럼 부각됐었습니다.
결국 MBC는 자체 심사 대신 100% 시청자 투표를 통해 대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냈고, 예상대로 연민정에 열광했던 시청자는 이유리에게 연기대상을 안겼습니다.
이유리는 대상 수상에 앞서 방송3사 드라마PD 161명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연기자상도 받았습니다. 시청자 투표에서도, PD 투표에서도 이유리의 막장 악역 연기가 선택된 것입니다.
막장 연기로 대상을 받을지 몰랐던 이유리는 하염없이 환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이유리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기 직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현실에서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재벌가 딸로서는 처음으로 구속수감됐습니다.
구속영장 청구에서 발부까지 6일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만 봐도 관계당국의 고민이 컸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땅콩 회항 막장 드라마'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그만큼 거셌고 좀체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막장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이 사건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상상이상의 '갑질', 거짓말, 은폐, 협박과 회유 등이 망라된 이 사건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강렬한 스토리를 안고 있습니다. '왕가네 식구들'과 '왔다 장보리'의 자극적인 내용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이유리는 대상을 받았지만 그가 연기한 연민정은 드라마 속에서 인과응보에 따라 벌을 받았습니다. 결국 현실세계의 막장도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조현아 구속수감 되던 시각 '막장 악녀 연민정' 이유리에는 연기대상
현실 세계에서 '막장'의 끝은 구속수감으로 귀결됐지만, 드라마 속 막장 연기는 연기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실의 막장은 용서받지 못했지만, 명품 막장 연기는 시청자의 갈채를 끌어냈습니다.
30일 밤 불과 1시간여의 짧은 시차를 두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은 그렇게 운명이 갈렸습니다. 현실보다 더 강렬한 드라마는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또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막장 드라마 작가들의 익숙한 항변과 아무리 사악한 악역을 해도 "결국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는 상식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올 한해도 TV 드라마의 대세는 '막장'이었습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비뚤어진 야망과 가진 자의 횡포, 거짓말, 음모, 복수 등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날마다 방송됐습니다.
방송가 밖은 물론 안에서도 이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비등했고, 시청자도 손가락질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했고 심지어 30~40%를 넘나드는 꿈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40%대에서 고공행진을 하다 2월9일 전국 시청률 48.3%, 수도권 시청률 49.9%를 기록했고, 지난10월 종영한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는 9월21일 전국 37.3%, 수도권 38.6%의 시청률을 찍었습니다.
'왕가네 식구들'은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콩가루 집안과 복잡하고 가슴 답답한 인물 관계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왔다 장보리'는 입만 열면 거짓말에 온갖 음모와악행을 저지르는 악녀 연민정으로 인해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시청자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내며 말 그대로 방송 내내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시청자는 악녀가 벌 받는 것을 보기 위해, 정점을 찍은 갈등이 해소되는 것을 보기 위해 큰 소리로 욕을 하면서도 두 드라마에 빠져들었고,종영을 앞두고는 원하는 드라마의 결말을 서로 내놓으며 열띤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의 분노지수를 임계점까지 치솟게 하면서도 그와 비례해 같은 양의 단순 명쾌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두 막장드라마에 KBS와 MBC는 각각 2013 KBS 연기대상과 2014 MBC 연기대상을 통해 성대한 포상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30일 밤 막장 악녀 연민정이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포상잔치가 열려도 악녀에게 연기대상을 안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 무엇보다 '왔다 장보리'의 타이틀롤인 장보리를 제치고 악녀 연민정에게 월계관을 씌우는 것은방송사에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데는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의 명품 연기의 공이 컸음에 이견이 없었고, 실제로 드라마가 후반으로 가면서는 시청자의 관심이 연민정의 종말에 쏠리면서 '연민정'이라는 이름이 키워드처럼 부각됐었습니다.
결국 MBC는 자체 심사 대신 100% 시청자 투표를 통해 대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냈고, 예상대로 연민정에 열광했던 시청자는 이유리에게 연기대상을 안겼습니다.
이유리는 대상 수상에 앞서 방송3사 드라마PD 161명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연기자상도 받았습니다. 시청자 투표에서도, PD 투표에서도 이유리의 막장 악역 연기가 선택된 것입니다.
막장 연기로 대상을 받을지 몰랐던 이유리는 하염없이 환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이유리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기 직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현실에서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재벌가 딸로서는 처음으로 구속수감됐습니다.
구속영장 청구에서 발부까지 6일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만 봐도 관계당국의 고민이 컸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땅콩 회항 막장 드라마'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그만큼 거셌고 좀체 가라앉을 줄 몰랐습니다.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막장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이 사건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상상이상의 '갑질', 거짓말, 은폐, 협박과 회유 등이 망라된 이 사건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강렬한 스토리를 안고 있습니다. '왕가네 식구들'과 '왔다 장보리'의 자극적인 내용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이유리는 대상을 받았지만 그가 연기한 연민정은 드라마 속에서 인과응보에 따라 벌을 받았습니다. 결국 현실세계의 막장도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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