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술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무자격자가 수술에 나서는 장면을 찍어 '언론사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척추수술 관련 병원 7곳에서 수술장면을 몰래 촬영한뒤 이를 빌미로 병원에 현금 51억원을 요구해 5억원을 빼앗은 허 모씨(33)등 3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수술 장면을 발설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후 해결사 대가로 500만원을 받아챙긴 염 모씨(54)등 2명은 불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 등은 서울.경기지역 척추.관절 병원들을 상대로 의료기기를 납품하면서 병원 내부사정을 잘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제구역인 수술실 입구에 1차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수술실에 드나드는 병원 관계자가 누르는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새벽에 병원에 몰래 침입해 수술실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수술 장면을 촬영하는 수법을 썼다. 병원의 부탁을 받고 허씨 일당에게 금품을 전달한 염씨 역시 허씨 등에게 '심부름'을 대가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박을 당한 대부분의 병원이 허씨 일당에 돈을 건넸으나 한 병원이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반복된 범행은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해당 수술 병원에 실제로 불법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