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이 준 불신과 그 수준 낮음에 화가 난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제대로 정치인들을 심판하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면 이런 정치권보다 더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1일 오후 밤 10시50분쯤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 센터에는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습니다.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여성은 그로부터 6시간 뒤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기에 살려달라는 이 여성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을까요?
지난 5일 발표된 112 신고센터의 녹취록을 보면 경찰의 무능함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먼저 112 신고 센터입니다.
이 여성이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것이 범인에게 발각되고 나서도 전화기는 계속 켜져 있었습니다.
이 전화기로 여성의 끔찍한 비명과 살려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는 이후 여섯 시간 동안 고스란히 112상황실에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112 신고센터의 대응은 한심했습니다.
여성이 경찰에 전화를 건 사실이 발각돼 '잘못했어요,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리는데도 112센터 요원은 여전히 '주소가 어디냐?'는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여성이 앞서 장소를 분명히 말해줬는데도 말입니다.
112 신고센터 관계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112신고센터 관계자
- "'악, 악' '왜 이러세요' '살려주세요' 이런 식으로 연이어서 한 게 아니고 조용하다가 한 번씩 나오고 그런 정도밖에 없었어요."
당시 112 신고센터에 근무하던 요원들의 대화는 더 가관입니다.
'아는 사람인데, 남자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부부 싸움 같은데'라는 대화가 녹취록에 나와 있습니다.
'성폭행당하고 있다', '살려 달라'는 말을 흔한 부부 싸움 정도로 들었다는 뜻일까요?
현장 초기 대응도 부실했습니다.
112 신고센터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이 여성이 분명히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이라고 장소를 특정했는데도, 현장 요원들은 범행 장소에서 800미터 떨어진 못골놀이터 주변과 지동초등학교 운동장, 폐가 등을 뒤졌습니다.
신고 내용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경찰이 수색할 장소는 65가구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엉뚱하게 3천 가구를 뒤지고 다녔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34명이었는데, 이들이 2가구만 수색했어도 처참한 살인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민 불편이 따르더라도 일일이 다 깨우고 집안을 수색했으면 어땠을까요?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진 뒤에도, 또 범인을 잡은 뒤에도 경찰은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날까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오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찰청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조현오 / 경찰청장
- "사건의 축소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 경찰청장인 저도 어떠한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
이제 와서 책임을 지면 뭐합니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이 여성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도 문제입니다.
사건 당일 밤 10시40분쯤 술을 마신 범인 우모씨가 피해 여성 A씨와 어깨가 부딪혀 말다툼을 하고, 결국 이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을 본 주민이 있다고 합니다.
이 주민 역시 흔한 부부 싸움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여여가 사활을 건 4.11 총선이 코앞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연일 모든 신문의 1면 톱이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이틀 뒤 앞으로 4년을 이끌어갈 19대 국회의원을 뽑게 됩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치고 있지만, 그 진정성이 쉽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이 같은 어이없는, 그리고 너무나 안타까운 서민의 죽음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이런 죽음을 막아달라고 우리는 국회 의원을 뽑아 법을 고치고, 제도를 고치고, 사람을 임명합니다.
정치를 통해서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서민을 보다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게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말로 민생을 위하고, 서민을 위하는 후보를 뽑아서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선택은 이제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
그동안 정치권이 준 불신과 그 수준 낮음에 화가 난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제대로 정치인들을 심판하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면 이런 정치권보다 더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1일 오후 밤 10시50분쯤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 센터에는 한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습니다.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여성은 그로부터 6시간 뒤 끔찍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기에 살려달라는 이 여성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을까요?
지난 5일 발표된 112 신고센터의 녹취록을 보면 경찰의 무능함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먼저 112 신고 센터입니다.
이 여성이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것이 범인에게 발각되고 나서도 전화기는 계속 켜져 있었습니다.
이 전화기로 여성의 끔찍한 비명과 살려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는 이후 여섯 시간 동안 고스란히 112상황실에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112 신고센터의 대응은 한심했습니다.
여성이 경찰에 전화를 건 사실이 발각돼 '잘못했어요,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리는데도 112센터 요원은 여전히 '주소가 어디냐?'는 질문만 반복했습니다.
여성이 앞서 장소를 분명히 말해줬는데도 말입니다.
112 신고센터 관계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112신고센터 관계자
- "'악, 악' '왜 이러세요' '살려주세요' 이런 식으로 연이어서 한 게 아니고 조용하다가 한 번씩 나오고 그런 정도밖에 없었어요."
당시 112 신고센터에 근무하던 요원들의 대화는 더 가관입니다.
'아는 사람인데, 남자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부부 싸움 같은데'라는 대화가 녹취록에 나와 있습니다.
'성폭행당하고 있다', '살려 달라'는 말을 흔한 부부 싸움 정도로 들었다는 뜻일까요?
현장 초기 대응도 부실했습니다.
112 신고센터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이 여성이 분명히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이라고 장소를 특정했는데도, 현장 요원들은 범행 장소에서 800미터 떨어진 못골놀이터 주변과 지동초등학교 운동장, 폐가 등을 뒤졌습니다.
신고 내용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경찰이 수색할 장소는 65가구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엉뚱하게 3천 가구를 뒤지고 다녔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34명이었는데, 이들이 2가구만 수색했어도 처참한 살인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민 불편이 따르더라도 일일이 다 깨우고 집안을 수색했으면 어땠을까요?
끔찍한 범행이 저질러진 뒤에도, 또 범인을 잡은 뒤에도 경찰은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날까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오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찰청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조현오 / 경찰청장
- "사건의 축소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 경찰청장인 저도 어떠한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
이제 와서 책임을 지면 뭐합니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이 여성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도 문제입니다.
사건 당일 밤 10시40분쯤 술을 마신 범인 우모씨가 피해 여성 A씨와 어깨가 부딪혀 말다툼을 하고, 결국 이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을 본 주민이 있다고 합니다.
이 주민 역시 흔한 부부 싸움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여여가 사활을 건 4.11 총선이 코앞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연일 모든 신문의 1면 톱이었을 겁니다.
이제 우리는 이틀 뒤 앞으로 4년을 이끌어갈 19대 국회의원을 뽑게 됩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외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치고 있지만, 그 진정성이 쉽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이 같은 어이없는, 그리고 너무나 안타까운 서민의 죽음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이런 죽음을 막아달라고 우리는 국회 의원을 뽑아 법을 고치고, 제도를 고치고, 사람을 임명합니다.
정치를 통해서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서민을 보다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게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말로 민생을 위하고, 서민을 위하는 후보를 뽑아서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선택은 이제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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