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현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김부겸 총리 후보자를 향해 ‘정책방향을 수정할 자신이 없으면 그만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8일 원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퇴를 문제삼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백신 대란으로 국가가 위기 상황인 와중에 후임 총리 청문회 절차도 시작하지 않은채 정 전 총리가 떠나버리고 대행체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행하는 사람도 총리 인사청문회 끝나면 바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서는 내일(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대정부 질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화두는 단연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부동산입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방역을 이끌어 온 정 전 총리는 자리를 비웠고, 2·4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던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퇴임했습니다. 답변은 현재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에서는 “전례 없는 무책임이요, 입법부 무시”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원 지사는 김 후보자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입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964년생으로 같은 서울대 동문입니다. 과거 김 후보자가 한나라당에 잠시 몸 담았을 당시 함께하기도 했던 오랜 인연이 있는 사이입니다.
원 지사는 “나라도 걱정되고 나에게 정치 입문을 설득했던 부겸이 형도 걱정되어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면서 “형, 총리 청문회 하기 전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라. 그게 안 되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방향 수정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모든 정권이 임기 말에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수정하는 게 정답인 게 모두의 눈에 보이는데도 실패했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역사에 평가 받겠다는 둥 고집을 피우곤 한다”고 했습니다. 또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100표 넘게 줘서 원내대표로 뽑은 상황에서 정책방향 수정할 자신이 없다면 왜 총리직을 맡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탁현민 비서관의 행사기획에 따라 총리자리에 앉혀진 무생물 무대소품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자를 향해 “‘대깨문’ 들의 분노정치 좀 무너뜨려 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또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등을 거론하며 “바른 소리 할 때 왜 힘이 되어주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후보자가 한나라당 박차고 떠날 때의 그 기준이면, 지금은 ‘대깨문’ 행태를 비판하고 민주당 박차고 떠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덧붙여 “우리 학생운동 할 때 적개심에 사로잡혀, 스스로 놀라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라며 “아직도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나라에 많은 건 비정상”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 사진 = 김부겸 블로그
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김 후보자는 90년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 계열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 통합민주당이 신한국당과 합당하며 창당한 한나라당에 합류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03년 원희룡 등 개혁성향 의원들과 함께 한나라당 개혁 활동을 벌이다가 7월 7일 이우재, 이부영, 안영근, 김영춘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했습니다. 같은해 11월에는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47석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기도 했습니다.
원 지사는 또 “대통령의 퇴임 후 걱정은 그만두자 하라”며 쓴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여당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중대범죄수사청 이런 거 더 이상 추진하지 말게 하시라”며 “검찰 없어지면 제일 좋아하는 게 국회의원 아닙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총리하고 직접 관계는 없는 사안이지만 청와대가 이광철 민정비서관 안 바꾸는 건 반칙”이라며 “본인이 수사받기 싫어서 저 위를 압박해 안 나가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제가 다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 안 한 사람들은 삶 자체가 적폐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멸적 사고는 그만하라고 후보자가 이야기 좀 해달라”며 “원구성 협상도 다시 하라고 말해주세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법사위원장 등 원구성 협상을 다시 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임 법사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는 야당의 이 같은 요구에 원구성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후임 법사위원장으로는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쓴소리 말미에 “이런 자신도 없으면 청문회 전에 자리 집어 던지십시오”라며 “저는 형이 이 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미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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