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버텼던 정봉주 전 의원이 오는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는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이 4·15총선 예비후보로 부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총선을 앞둔 당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은 당의 뜻에 승복해 불출마를 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휘말렸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유도한 데 이어, 정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공천 잡음 최소화' 의지를 관철했다.
9일 저녁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정 전 의원에 대해 총선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 전 의원이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를 우선하는 공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적격 판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공관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한 적격 여부를 결론내기로 했다가 일단 유보하면서 다시 연기되는 모습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총선 후보자 공천 신청 면접심사 일정 때문에 논의를 중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정 전 의원이 스스로 사퇴 결정을 내리도록 시간을 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날 오후 이해찬 대표까지 직접 면담을 한 이후에도 정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자 결국 부적격 판정이란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 전 의원과 30여분 간 면담을 가졌다. 당 안팎에선 면담 자체가 사실상 이 대표가 직접 정 전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압박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 정서와 총선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정 전 의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이 대표와 면담 직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그 얘기(출마와 관련한 얘기)는 전혀 안 나눴고, 출마를 접으라는 말도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내가 왜 출마 의사를 접어야 되느냐"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부적격 근거가 없다"고 강력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제기된 성추행 의혹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무고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민주당에 복당했다. 이후 오는 4월 총선에서 같은 당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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