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교착된 미북대화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북측이 최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남북 대화·협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날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조금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의 김계관 고문은 "(남조선이 북미관계에)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면서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 협력에 있어서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접경지역 협력 △관광 △스포츠교류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문 대통령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제재의 목표가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러 차례 밝힌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한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북측은 최근 김계관 고문 담화를 통해 '제재완화와 영변 핵시설 포기를 맞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펼친 상태여서 앞으로 북측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은 "관광, 특히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한 경제회생 수단으로 생각하는 관광 문제를 연결고리로 삼아 남북 대화·협력을 재개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남북 관광 협력이나 한국민의 북한 지역 개별관광과 관련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현재 정체된 미북관계 속에서도 양측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성의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 모두 현재 지금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말하고 따로 북측에 친서도 보낸 것을 언급하며 "저는 그 사실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도 그 친서를 수령했고 또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 내놨다. 두 정상 간 친분관계도 다시 한번 더 강조를 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요구가 수긍돼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면서 "대화를 이뤄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다"며 현 상황이 보여주는 긍정적 측면에 무게를 실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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