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의 관광 시설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현지지도에 북미 비핵화 협상 실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수행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국내 현지지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최 제1부상이 금강산에 간 것은 대북 제재로 금강산관광을 사실상 막고 있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이곳에 남측이 건설한 시설들의 철거를 지시했다고 오늘(23일) 보도했습니다.
현지지도를 수행한 간부 중 눈에 띄는 것은 최 제1부상입니다.
최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의 지난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과 지난해 5월 중국 다롄행 등 외교 일정을 주로 수행했으며, 경제나 국방 관련 국내 시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례적인 등장은 남북 정상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미가 하노이 '노딜'에 이어 지난 5일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기약 없이 헤어진 가운데 북한이 금강산관광에 걸림돌이 되는 제재를 완화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을 향해 제재를 풀라는 것"이라며 "북미실무회담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부분적인 제재 완화가 나올 수도 있는데 북한이 그걸 금강산으로 제시하는 우회적인 표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금강산 방문에는 앞서 지난 16일(보도일 기준) 김 위원장의 삼지연군 현지지도에 함께 한 간부들도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장,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리정남·홍영성 등이 포함됩니다.
김여정, 조용원, 현송월은 김 위원장이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마다 찾은 백두산 백마 등정 사진에 공식 등장하며 '이너 서클'임을 과시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과 삼지연군 시찰을 같은날 보도한 점으로 미뤄 나머지 간부 모두 백두산행 수행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중 리정남과 홍영성은 비교적 최근 등장한 신진 인사입니다.
리정남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의 1116호농장 방문, 홍영성은 지난 16일 삼지연군 현지지도 보도부터 수행으로 언급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18일 김 위원장의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건설장 시찰도 수행하는 등 최근 현지지도를 빠짐없이 따라다녀 김 위원장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핵심 인사임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 2기 출범과 함께 세대교체를 단행했는데 그동안 국정운영 과정에서 검증된 신진인물들이 핵심 측근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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