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17일 새벽 귀국했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15일 북한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치르고 돌아왔다. 축구경기 내용은 물론 2박3일 평양 일정이 하나둘 알려질수록 황당한 느낌은 커져만 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어용 지식인의 실체를 드러냈다면 이번 평양 월드컵경기는 북한의 민낯을 다시한번 드러내보였다.
북한 김일성경기장에서 15일 오후 5시30분 열린 한국과 북한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경기는 두고두고 지구촌에 해외토픽감으로 남을 장면이다. 관중석을 텅 비어놓은채 채 진행된 이 경기에서 남북한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그정도로 상식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 취재진을 포함해 외신기자의 취재는 원천차단됐고 생중계도 불발됐다. 축구 선수단은 평양에 2박3일 머무는 동안 경기장과 호텔에서 사실상 감금생활을 했다. 2018년2월 평창동계올림픽때 한국 정부는 북한 선수단·응원단·예술단을 받아들여 온갖 편의를 제공했다. 그 보답이 이런 모습이라니 허탈하다.
축구팬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텅비어 놓은채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북한 모습에 한마디로 소름이 돋는다. 김정은의 모습은 이순간 극적으로 대비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을 방문했다면서 그가 백마를 타고 유람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언론은 매시간마다 경쟁하듯 김정은이 백마 타고 백두산 유람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경기조차 관람하지 못한 우리 국민들이 백두산 유람하는 김정은을 왜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황당하다. 텅빈 축구경기장과 백마 탄 김정은을 번갈아 바라보면 '저 독재자는 서울 광화문, 서초동에 모인 군중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리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상상마저 떠오른다.
저 시대착오적인 북한 지도부에 한국 정부가 변함없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현실도 끔찍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과 형식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데 어이없다. 북한이 독재 체제를 전환하고 인권 존중에 나서지 않는한 김정은이 11월 한-아세안 부산정상회의에 오거나 말거나 무슨 소용인지 알 수 없다. 지구촌의 상식과 따로노는 독재자는 타도와 배격의 대상으로 삼아야 제격이다. 대화와 타협은 그들이 변화된 태도를 보일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세계인들은 2019년10월15일 평양에서 진행된 황당한 축구경기를 화제로 삼으며 의문을 가질 것 같다. "그때 한국사람들은 왜 그런 식으로 북한 하자는 대로 끌려다녔냐?"는 의문이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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