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야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한국의 '과속'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17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사실상 한국 정부에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해리스 대사는 아산정책연구원·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공동 주최 전문가 좌담회 연설에서 "남북대화와 북한 비핵화가 연계되고,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목소리가 일치해야만 우리가 공동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해리스 대사의 언급은 전날 미국 국무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대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국 측의 남북관계 '감속운전'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현재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는 "한·미가 계속해서 만약 북한 문제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로 접근하면 평양과 판문점,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했던 (비핵화와 평화 번영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 정부 당국자가 한국 측의 남북관계 개선작업과 관련해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통해 한·미 공조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아직 북한의 의미있는 태도변화를 위해 대북제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미국 측이 그만큼 한국 측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이날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그래서 양국 정부가 협력해서 공정한 협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 체결을 위한 8차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하면 해리스 대사가 직접 나서 한국 측이 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우회적 압박에 나선 셈이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