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단체의 맏형 격인 한국자유총연맹 신임 총재에 박종환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이 13일 취임했다. 박 신임 총재는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자유총연맹을 정치적 중립화하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온건·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기관으로 조직을 일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이날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제17대 총재로 박 전 청장을 선임했다. 앞서 연맹 관계자와 외부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총재후보자추천위원회는 지난 5일 박 총재를 총재후보자로 추천했다. 박 총재의 임기는 전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19년 2월까지다.
박 총재는 총재 선임 수락 인사에서 "자유 민주주의의 지상 과제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이라는 높은 차원에 있지, 어느 정파의 노선만을 대변하는데 있지 않다"며 "인간의 존엄 및 자유와 관용의 미덕을 담은 우리 헌법의 숭고한 가치가 그대로 우리의 노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 총재는 "지금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국리민복"이라며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보다 더 절실한 철학과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판단의 최고 기준을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에 둔다'는 의미다.
이어 박 총재는 그동안 자유총연맹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정치적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쇄신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총재는 "지난 수년간 우리 자유총연맹을 둘러싸고 이어져왔던 여러 논란들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지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저는 오늘 이 순간부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혁신과 변화를 거듭하자고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임 김경재 전 총재는 지난달 6일 임기를 1년여 남긴 상황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전 총재는 배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김 전 총재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이용, 연맹 예산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자유총연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 사장직 등 임직원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또 김 전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이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2016년 11월과 지난해 2월 보수단체 집회에서 "2006년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8천억원을 걷었고, 이해찬 전 총리가 이를 주도했다"고 연설했다. 검찰은 김 전 총재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하고 지난달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전임 총재를 둘러싼 논란 탓에 자유총연맹이 극우보수집단으로 오해를 받아온 만큼 개혁과 혁신을 통해 자유총연맹을 합리적·온건 보수의 본산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박 총재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총연맹은 1954년 아시아 민족 반공연맹으로 출발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기치로 내 건 한국 유일의 이념운동단체다. 회원수는 350만여명에 이른다.
박 총재는 "이제 우리 자유총연맹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일의 국민운동 단체로서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실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전개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국민 운동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28년 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서울지방경찰청 인사과장, 서울용산경찰서장, 제주지방경찰청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종합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 성향 인사로 알려져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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