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서는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가 여태 향후 활동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은 '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을 중심으로 개헌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여당이 주장하는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안에 언제까지 반대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그동안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PK)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지방분권 개헌 천만인 서명운동에 충북·강원 등 지방 자치단체들도 가세하며 개헌을 향한 의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독자 생존이 어려워지는 지방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자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지방분권형 개헌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9일 새해 처음 주재한 경북도청 간부회의서 "지금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개헌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자치분권이 보장되는 국가운영의 틀을 통해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북의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뤄서도 안된다. 지금은 지방이 살아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충북도, 충북도의회 등 충북에서도 개헌 1000만인 서명운동 결의대회를 열고 지방분권 개헌에 가세했다. 이들은 이시종 충북지사를 중심으로 1000만명 서명을 합의한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와 연계해 다음 달 말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에서 1000만명 이상의 지방분권 개헌 촉구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강원도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를 중심이 돼 시·군 18곳 주민 등을 대상으로 범도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지방분권개헌촉구 강원대회에서 지방분권개헌촉구 강원선언문 '강원도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를 채택하고 지역대표형 상원제, 강원특별자치도 시행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 전국 자치단체는 지방분권 개헌의 주요 내용으로 △지방분권국가 선언 △주민자치권 신설 △자치 입법·행정·조직·재정권 보장 △지역 대표형 상원 국회 설치 등을 지방분권 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지방 민심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6일 "야당이 당리당략에 근거해 국민과의 (개헌) 약속을 파기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당은 지방 민심을 어르는데 허겁지겁 나서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당내 의견도 합의되지 않은 모양새다. 국회에서 헌정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경 헌정특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 지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 때는 지방선거서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며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원포인트 개헌에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애매하게 발언한 것은 마냥 한국당이 지방의 거센 지방분권 개헌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어서라는 분석이다.
다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주간의 지방순회 인사에서 "개헌을 하지 않아도 지방분권이 가능하다"고 개헌과 별개로 지방분권을 추진할 것을 공언했다.
하지만 이같은 홍 대표의 발언은 현행 헌법에는 맞지 않다. 현행 헌법 제117조에서는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의회와 지자체의 조직과 운영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헌법에 손을 대지 않고는 홍 대표가 주장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상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는 법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현재 개헌안에서 논의되는 '지방분권'의 차원으로 나아가려면 입법권의 분할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현 단계에서 논의되는 지방분권은 전혀 고차원적이지 않다"며 "일본 정도의 최소한의 지방분권으로만 나아가려 해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용 기자 / 윤지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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