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경제협력의 첫 협력 대상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新)북방정책을 천명한 장소인 러시아다. 정부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다른 국가와 논의가 진전되는 대로 협력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7일 광화문 KT빌딩에서 제1차 회의를 하고 '나인브릿지(9-Bridge: 9개 다리)' 전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나인브릿지 전략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것으로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의미한다.
유라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농수산 자원과 인구를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과 결합해 양국 모두 이익을 얻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전력 분야에서는 풍력과 천연가스 등 러시아와 몽골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한중일 등 인접 국가가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연계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을 추진한다.
역대 정부 구상대로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을 북한을 경유해 우리나라까지 연결하는 게 남북관계 경색으로 어려운 만큼 한중일 3국의 전력망 연결을 먼저 완성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논의됐던 사업을 가속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 채널을 구축, 공동해양조사 등을 거쳐 2022년까지 일부 구간을 착공하고 한·러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로부터 2009년 이래 매년 150여만t의 LNG를 수입했다.
정부는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 외교·안보 측면을 고려해 러시아와 천연가스 협력을 확대하고 2018년 초에 마련할 예정인 제13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러시아와 장기계약 물량을 확정할 계획이다.
조선 산업은 러시아가 선박을 발주하고 우리나라가 수주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기술 협력 등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는 게 골자다.
국내 대형 조선사는 2013년 러시아의 야말 프로젝트 이후 총 29척의 에너지 수송 선박을 수주했는데 최근에는 러시아가 자체 선박 건조를 목표로 우리나라 조선사와 함께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를 계기로 부품·기자재 공급과 러시아 어선 건조사업에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를 약 7000km 단축할 수 있는 최단 항로이지만 물동량 부족 등으로 이용률이 저조하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해운물류 기업이 정기 북극항로 노선을 운영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북극해 연안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수산 분야에서는 명태 등 러시아의 풍부한 수산자원과 우리나라의 자본·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수산협력 사업을 창출한다.
현재 한국통산과 부산항만공사 등 우리 기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약 1100억원 규모의 수산물류가공 복합단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러시아와 협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우리 기업의 이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큰 요금 변동과 복잡한 통관절차, 화차 부족으로 이용이 어려운 시베리아철도(TSR) 개선방안을 러시아와 협의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반도철도와 TSR 연결 사업을 재개해 부산에서 파리·런던까지 이어지는 대륙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 설득과 정관 개정 등을 통해 2021년까지 가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러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연해주 지역에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타당성 검토 용역과 현지 조사 등을 거쳐 2020년 이후 적정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극동지역에 농산물 생산기지를 구축해 안정적인 식량공급 기반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동안 여러 농기업의 노력과 정부 지원으로 현재 7개 농기업이 현지에서 5만t 이상의 곡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기업의 유라시아 진출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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