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19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국장급 외교부 인사를 보내 '남북 접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미 협상 담당자인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이 관련 회의에 참석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에서도 북핵 협상을 담당하는 국장급 인사를 보내 남북 정부 당국자간 '트랙1' 만남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 외무성 관계자와 신봉길 전 요르단 대사가 참석한 남북간 '반관반민 1.5트랙 접촉'은 있었으나 공식 외교 석상이 아닌 장외에서 남북 정부 당국자간 접촉은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도발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외교부 국장급 인사의 관련 회의 참석을 고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남북간 직접 접촉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여개 국가에서 200여명의 전현직 외교안보 관계자가 참석하는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외교안보 컨퍼런스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의다. 내년 50주년을 맞는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의의와 함께 한반도의 북핵 위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번 회의에는 총 13개의 세션이 열리는데 최선희 국장은 '동북아 안보'와 '한반도 세션'에 참석하며 한국 측에서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반도 세션에 참석한다. 미국 측에서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과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 북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가 관련 회의에 참석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트랙1' 접촉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를 고려하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는 입장이나 한미간 대북 정책의 불협화음과 실효성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이번 회의에 미국 정부 당국자는 참석하지 않는다며 전직 정부 인사와 북한 정부 관계자의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북한 인사들이 국제 회의에 참석하면 "협상으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더욱 강경해지는 경향이 있어 남북간의 '유의미한 대화'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다.
재작년과 올해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과 '1.5트랙' 접촉을 해왔던 신 전 대사는 "공식 석상에서 북한 관계자들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회의 중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 중에 우리말로 대화하며 북한에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전 대사는 "지난 6월 만남에서도 유의미한 대화가 오갔다. 설령 북한의 도발이 있더라도 정부가 남북 장외 접촉에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범철 교수 역시 "사흘간 열리는 회의에서 최선희 등 북한 인사를 만날 기회는 공식 석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오피니언부 에디터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 원하며 한국 측이 참여하는 다자 포맷에 참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윤 특별대표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비핵화 다자회의'는 어떻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 원한다고 말했고 (한국 등이 참여하는) 6자회담도 모두 거절했다"며 "북한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의 대화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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