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국·체코·세네갈 정상과 연쇄회담을 갖고 북핵·미사일 문제 협력을 당부했다. 미·일·중·러 등 4강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북핵 협력외교를 확장하면서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10분부터 30분동안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전통적 우호협력관계 강화와 실질협력 증진, 지역·글로벌 협력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최근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영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고,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북핵·미사일 위협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안전에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앞으로도 안보리를 중심으로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에 의해 조속히 근원적·포괄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 양국 간 교역·투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의 딸인 앤 공주가 IOC 위원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방한하는 점에 환영의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6.25 한국전에 많은 병력을 파병하여 오늘날의 한국이 있게끔 도와준 영국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동맹국과 다름없이 인식하고 있다"며 "임기 중 한국과 영국의 관계를 최고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넉 달여만에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영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 모두와 양자회담을 마쳤다. 이를 통해 지난 촛불정국에서의 외교공백을 만회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신뢰협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북핵문제 공조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동유럽 국가인 체코는 북핵 협력은 물론이고 '동계스포츠 강국'이라는 점에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강력히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급 인사 교류를 제안하면서 "프라하의 봄으로 민주주의를 경험한 체코와 '서울의 봄'을 겪으며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유사하다"며 "상호 고위급 인사의 교류는 양국 간 호혜적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만 대통령은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체코 정부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 EU를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제만 대통령은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해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무고한 많은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므로 한국도 독일과 같은 평화통일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평소 대한민국을 '사우스 코리아'가 아닌 '코리아라고 호칭하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투자자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프리카국가 정상 중에 처음으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국제무대 협력, 양국관계 강화방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세네갈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온 데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살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반도 정세 관련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포함해 북핵 문제 관련 대응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네갈 공군이 한국산 훈련기를 도입하는 등 양국 간 국방·방산 분야 협력이 긴밀하게 추진되어 왔다고 밝혔고, 살 대통령은 한국 훈련기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양국 간 방산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특히 살 대통령은 2015년 방한 시에 부경대학교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음을 상기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휴대폰 등이 세네갈에서 큰 인기가 있고 한국의 단기간 발전상에 대해 세네갈의 중요한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의 하나인 세네갈이 경제사회개발 청사진을 담은 '세네갈 도약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를 기원하면서, 농업·교육·보건·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뉴욕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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