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관료사회를 향해 "개혁은 잘못된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임에도 아직 일부 관료집단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에 여전히 무감각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적폐 정책들을 무비판적으로 추진한 지난 과오를 남김없이 들춰내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 적폐청사에 만전을 기해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 부처별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과 '국정 역사교과서'등 일부 지난 정권에서 추진된 정책들에 대한 책임과 반성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면서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우 원내대표는 '과거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한 뒤 "역사교과서 국정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등 명백한 적폐 정책에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제2, 제3의 국정교과서, 자원외교 참사를 막기 위해서 과거를 직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부처별 적폐청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적폐 정책'을 면밀히 살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적폐 정책들을 무비판적으로 추진한 지난 과오를 남김없이 들춰내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다"면서 부처 장관들에게도 "나라를 다시 세우고 부처를 다시 구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인사·조직·정책 전반을 새롭게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각 부처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관료기구로 거듭나는 것은 장관님들의 양어깨에 달려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의 이례적인 지적은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업무 장악력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일부 장관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국정원과 고용노동부 등 장관들이 의지를 갖고 내부개혁에 앞장서는 부처도 있지만, 조직 장악에 실패한 장관들도 있다"며 "오늘 발언은 이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한편 이들 장관들의 적폐 청산 작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 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적폐청산 이슈를 강조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전 정권에 대한 국정감사지만 집권 여당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피할 수 없는 만큼 되도록 현 정부에 대한 감사가 아닌 전 정부에 대한 감사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과제로 권력기관 개혁과 언론개혁을 지목한 상태다. 특히 공영방송 사장 선출 규정이 담긴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직접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권력기관 개혁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국정원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여야 간의 충돌지점이다. 언론개혁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한 '특별 다수제' 도입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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