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 돼지 보다 아주 조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그게 말 못하는 짐승과 다를 바 있나요"
1998년 탈북한 A여성은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국경을 넘었다. 그녀는 "브로커가 자신을 6000위안(약 100만원, 현재 환율기준)에 팔아넘겼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5년 탈북한 B여성도 A여성과 같은 이유로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했지만 브로커는 자신을 7만 위안(약 1157만원)에 팔아넘겼다고 증언했다.
25일 통일문화연구원이 발표한 '제3국 거주 탈북여성 인권조사'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남한으로도 오지 못하고, 고향인 북한에도 갈 수 없는 중국 거주 탈북여성의 생활실태가 공개됐다.
통일문화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중국에 살고 있는 100명의 여성 탈북자를 직접 면접조사했다. 이들 중 77명은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거나 납치되는 등 비자발적으로 국경을 건넜다.
이날 실태조사를 발표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이들은 현재 신분증이 없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매일 언제 북송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혼자 살기도 빠듯한 제3국에서 자신이 보내주는 돈으로 연명할 가족들을 위해 성매매 등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여성들은 신분증(호구)이 없어 중국 현지에서 '검은사람'으로 불린다. '검은사람'은 죽으면 그냥 길에 버리면 되는 존재로 인식될만큼 중국에서 천한 신분을 말한다.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탈북여성을 인정한다는 정책으로 선회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북송은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탈북민 3만명 시대를 맞아 3만명의 인적 구성을 세분화하고 그들에게 맞춤형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