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반대해온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8일 임명되자 야권은 즉각 '항전(抗戰) 태세'에 돌입했다. 야권은 일단 안경환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킨 기세를 몰아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을 전망이다. 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표결, 추가경정예산안·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도 야권이 '비타협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안경환 후보자의 검증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야당의 태도에 대해선 여전히 강한 어조로 불만을 제기해 인선을 둘러싼 여야간 강대 강 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野 "협치정신 훼손한 결정"
문 대통령은 이날 강 후보자에게 "반대했던 분들이 ‘아이구 잘못 알았구나' 생각이 들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며 "외교부장관이 자리를 도저히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 쪽에서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에 인사 때문에 진통을 겪었는데 대통령과 야당 간 인사에 관해서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고, 생각이 다른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국정이 안정된 시기에 하는 인사와 어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시기에 개혁을 위한 인사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기일수록 대통령과 야당 간의 인사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 해서 그것이 마치 '선전포고'라든지, '강행'이라든지, 또 '협치는 없다'든지 마치 대통령과 야당 간에 승부 또는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빨리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1기 조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인사청문' 정국을 벗어나야 개혁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야권 반발도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강대 강'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강 장관 임명 직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야당과 국민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마이웨이 하겠다는 뜻"이라며 "지지도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정부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된다"고 반발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를 하고 "야당 의견을 무시하고 협치 정신을 훼손한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공식 논평에선 좀 더 수위를 높여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이번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주의 원칙도, 역량 있는 외교부 장관이라는 실리도 찾아볼 수 없는 '인사 참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국회와의 협치를 거부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켰다"며 "머지않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도 있다지만, 지금 야당의 형국은 오히려 민심이라는 물이 빠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야권은 나머지 장관들에 대한 청문회를 보이콧하지 않을 예정이다. 오히려 김상조 교육부총리 후보자, 조대엽 노동부장관 후보자 등이 '제2의 안경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검증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할 전망이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상곤, 조대엽 고용노동부 후보자는 비리 3종 세트"라며 "(김상곤 후보자가)과거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논문표절을 했다며 사퇴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석·박사 논문은 표절이고, 학술지 논문은 중복게재다. 더 이상 장관 자격을 논할 자격도 없다"며 "조대엽 후보자도 음주운전에 거짓해명이 드러나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표결도 쉽지 않다. 당초 여당은 22일로 잡혀 있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상황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더욱 굳히고 있다. 국회가 추경 심사에 착수조차 못하면서 6월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이 표면적으로 추경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이 변수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강경화 장관 임명이)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문제와 연계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추경이 편성요건에 미흡하지만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회 운영위 소집 놓고 공방전
야권은 강 장관 임명을 물리적으로 막지 못했으나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공개적으로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20일에 운영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대통령의 인사를 보좌하는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을 출석시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인사검증 총체적 부실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운영위를 국정 발목잡기용으로 쓰면 안 된다"며 "정치적 목적의 운영위 소집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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