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9일 야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여야는 오는 12일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통과여부를 재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진통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수월하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동연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여야합의로 가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번째로 국회 검증을 통과한 것이다.
기재위는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종합의견에서 "근무 경력을 볼 때 후보자가 경제정책, 정책기획·조정 분야에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후보자는 성장 잠재력 강화와 경제활력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 간사간 협의를 했으나 야권 반대로 인해 12일로 회의를 미뤘다. 국민의당 간사인 이상돈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임명된다고 해도 15개월짜리 헌재소장"이라며 "야3당이 모두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의 진짜 타깃은 강경화 후보자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강 후보자는 외교적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외교부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정을 철회하고 준비된 인사를 조속히 발탁해주길 바란다"며 "통 크게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협치"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경우 김이수 후보자 인준에는 협조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도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과 강 후보자의 건을 연계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간사인 진선미 의원은 "다른 인사청문 후보들의 선택 여부와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분리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김상조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12일로 미뤄졌다.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연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야가 청문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전체회의 개최가 불발됐다. 현재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 적격 의견을 내고 있지만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부적격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부정취업 의혹이 있는 김상조 후보자의 배우자 조 모씨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 뿐 아니라 검찰 고발도 의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바른정당이 이미 김 후보자 배우자를 포함한 관련자 4명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추가 의결은 필요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인 이진복 위원장은 4당 간사가 합의해야 전체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가 아예 열리지 못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임명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강 후보자가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가도록 도와줄 것을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 "(9일) 아침 회의에서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고, 제가 드린 발표문에 문 대통령 말씀이 녹아있다"며 문 대통령의 요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청와대와 여당은 김이수·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12일로 연기된 만큼 주말 동안 야당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민들은 세 후보자 중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정답변은 38.9%로 긍정답변(32.9)보다 6% 포인트 가량 높았다.
반면 김상조·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긍정 평가는 각각 38.4%, 34.7%로 부정 평가보다 높아 국민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두 후보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각각 31.7%, 25.3%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헌철 기자 / 김효성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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