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스커드 미사일은 사거리 300∼5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한국을 겨냥한 무기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을 지시했다. 오전 7시 3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가 열려 대응책이 논의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5시 39분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쪽으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불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비행거리는 약 450km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했다. 태평양사령부는 해당 미사일이 6분 동안 비행하고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밀도를 높이는 성능개량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 3월 6일에도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항공모함 공격용인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개량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번을 포함해 9차례에 달한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1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고체연료 엔진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을 쏜 지 8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액체연료를 쓰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바 있다. 지난 27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방공 무기인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도 시험발사했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는 대화국면 전환을 앞두고 핵투발 수단인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군기지가 있는 괌, 하와이를 사정권에 두는 IRBM을 개발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한편, 스커드를 포함한 기존 미사일의 정밀도를 높임으로써 전술적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또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미사일 실험을 계속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모여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내고 북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G7은 성명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사회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칭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 한반도 주변 해역에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전개한 상태다. 다음달 초 로널드 레이건호를 한반도 주변 해역에 보내 칼빈슨호와 합동훈련을 펼칠 계획이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는 항공모함 니미츠호도 서태평양으로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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