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선 패배 이후 내홍을 겪으면서 분당 위기를 겪고 있다. 동교동계 원로그룹이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라고 요구하면서 여의치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선언해서다. 당 지도부는 "원로들의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호남 지지 기반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23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오는 2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을 뽑기로 했다. 유력한 비대위원장으로 꼽혔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이날 고사하면서 당내에선 박주선 부의장이 적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무위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의원 대다수 의견은 박주선 부의장께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해달라는 것이다"며 "하지만 혁신적인 인물을 모시고 전당대회를 내년 1월로 미뤄서 약 6개월 간 당 혁신의 기간을 갖자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원로그룹은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정대철·권노갑 상임고문 등 국민의당 고문단 23명은 지난 22일 모여 정 고문의 비대위원장 추대와 바른정당과의 통합 불가론을 펼치며 두 가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목적지는 민주당이다.
원로그룹은 대선 이후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하고 호남출신을 중용하는 등 친문(친문재인)패권을 불식시키면서 호남 민심을 업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운 현직 의원들은 전혀 다른 기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를 통해 자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그룹과 가까운 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아 갈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당 관계자는 "원로 그룹이 당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정 고문이 의욕을 보이고 있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현재 전국을 돌면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당의 상황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진 상황에서 일선에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당의 내홍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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