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는 유사시 한미 동맹을 약화 또는 무력화 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며 "미국이 부질없는 경거망동으로 우리 공화국을 서뿔리(섣불리) 건드린다면 사상 최대의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북한은 6·25전쟁 후 '미국의 참전 때문에 다 이긴 전쟁에서 밀렸다'는 판단을 했고 이후 미국의 개입을 막는 방법으로 핵을 통한 위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한국에 증원 전력을 파견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 우려를 불러일으켜 이를 지연 또는 저지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이 현실화되면 한미 동맹의 작동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두려워하는 여론에 밀려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미국이 동맹국에 자국 본토 수준의 핵우산,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체계 등 핵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릴 뿐 아니라 유사시 한반도로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비롯한 증원전력을 타격하고자 탄도미사일의 정밀도와 파괴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급속한 동맹 이탈(decoupling·디커플링)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기술력을 확보해 확장억제 실행력에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전술핵 배치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이미 북한은 핵 보유국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도 완성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자체 핵 개발이 어렵다면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해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가 말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역시 "현존하는 북핵 위협이 있다면 전술핵을 포함해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이에 반대한다면 국민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우리만의 '아전인수식 사고'의 전형"이라며 "전술핵은 미국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고 들여올 수 있는게 아니다. 북한 위협을 스스로 막을 수 있는 '안보력' 확보에 우선 총력을 다해야한다"가 강조했다.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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