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선거 운동기간 마지막 날까지 불굴의 투지와 넘치는 체력으로 파격적인 '뚜벅이 유세'를 이어갔다.
혈혈단신 백팩 하나만 매고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안철수식 도보 유세는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면서 200만명 넘게 시청했고, 1000만명 넘는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이지만 민심의 바다에서 제2의 안풍(安風)이 태풍처럼 커지고 있다는 게 안 후보 측 판단이다.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쥔 부동층을 상대로 '미래와 통합'을 강조하면, 집단지성이 안 후보에게 표를 결집해 골든크로스를 이뤄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안 후보는 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상 선거와 역사의 흐름은 항상 그냥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변화를 택했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택했다"라며 "골리앗보다는 다윗에 많은 사람이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금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하는 것 아닌가. 저쪽은 세력도 사람도 조직도 돈도 많은 정말 기득권 정치의 상징인데, 정말 우리는 부족하지만 변화에 대한 열망과 국민의 지지를 안고 이렇게 저희는 싸우고 있는데 저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닷새간의 '걸어서 국민속으로' 캠페인을 통해 느낀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시작은 작았지만, 결과는 거대했다"라며 "저는 감히 뚜벅이 유세를 제2의 안풍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이 있었기에 국민께서 그것을 알아봐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은 거리에, 시장에, 골목골목에서 참으로 소중하게 존재했다. 빛났다"라며 "'정치가 국민들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했던 이유도 생각났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심도 더욱 간절해졌다"고 전했다.
또 그는 "사실은 제가 체력을 소진할 때까지 (뚜벅이 유세를) 하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체력이 남는다"라며 "그런데 그게 다행인 게 내일부터 바로 일해야 된다. 그래서 오늘 밤 12시까지 정말 전력을 다해서 한 분이라도 더 만나고 남는 체력 국가를 위해서 쓰겠다"고 강조했다. 50대 젊은 대통령의 강인한 체력과 대선승리를 향한 확고한 믿음이 묻어났다.
안 후보는 이날 광화문으로 장소를 옮겨 "안철수 정부의 다른 이름은 국민이 만드는 미래의 정부"라며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라며 "그러면 영남·호남·충청·강원·제주에서 고른 지지 받는 안철수 개혁공동정부가 세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깜깜이 직전의 지지율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1강,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각축전 구도였다. 선거 막판 보수층의 전략적 투표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지지율 격차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이긴다. 민심의 바다가 여론조사를 뒤집을 것이다"라며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 저는 저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대결에서 미래가 승리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후보는 1번(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과 2번(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은 과거이며 수구 기득권이라면서 "1번과 2번의 정치를 깨는 것이 변화이고 미래"라고 말했다. 1번은 분열과 대결의 정치로, 2번은 부끄러운 과거가 반복되는 정치로 규정했다.
안 후보는 "변화와 미래를 선택해 달라"면서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 ▲최고의 인재로 구성된 역사상 가장 유능한 정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를 확실히 준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부 드림팀을 만들 것이다. 젊고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들께도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드릴 것"이라며 "지역, 세대, 이념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열정을 갖고 함께 할 인재들이 폭넓게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냐 과거냐'의 프레임은 안 후보가 선거 막판 줄기차게 반복하는 핵심 메시지다.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 중에도 '소리통(후보가 육성으로 선창하면 관중이 따라하는 연설)'으로 반복하는 연설이 "과거와 미래의 대결에서 미래(안철수)가 이긴다"는 내용이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젊은이와 노인을 넘어서 통합과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다. 극단으로 대립하는 양자진영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선거 막판 안후보의 뚝심과 진정성이 민심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게 안 후보 측의 기대 섞인 판단이다.
안 후보 측 선대위는 최근 자체 조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금주 수석 대변인은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초접전 양상"이라며 "세대별 투표율과 유보·부동층 판별분석을 통해 판세를 예측한 결과 선거 운동 마지막 날까지 초박빙 양자대결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된 가운데 홍 후보의 지지율 거품도 빠지고 있지만, 안 후보는 바닥을 찍고 꾸준히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당선되면 취임식은 어디서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회서 선서 이후 바로 청와대에 가서 일을 시작하겠다. 가장 먼저 당연히 경쟁한 후보들과 통화하겠다. 또 각 정당 대표들의 협조를 구해 빠른 시간내 협치를 하겠다"라며 "안보·외교·경제 등 3대 현안, 특히 청년 실업문제가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빠른 시일내 팀을 짜서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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