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3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SBS보도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SBS 8 뉴스'는 지난 2일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을 인용,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며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수부 공무원은 해당 보도에서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고 말했다.
이런 보도가 나가자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발칵 뒤집혔다. 문 후보 측은 방송 직후 SBS 측에 강력 항의하며 사과·해명 보도를 할 것을 요구했고, SBS측도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뉴스가 방송됐다"며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삭제 조치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에선 3일 이번 보도 내용을 쟁점화하고 나서면서 하루종일 민주당과 이들 정당 간 공방이 계속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금은 진실을 삭제하려 할 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 앞에 사죄해야 할 때"라며 "권력의 욕망에 스스로 영혼을 불태우지 마라. 벌써부터 언론에 보복하고 기사 삭제를 강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세월호 인양 시기를 문재인 후보 맞춤용으로 조정했다는 보도에 온 국민이 경악했는데, 문 후보는 사죄는 커녕 언론론에 대한 보복과 고박 운운으로 맞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국민의당 김유정 선대위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실제로 거래를 시도한 증거가 있다"며 문 후보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17일 촬영된 동영상에는 오 전 장관이 민주당 김영춘 의원 주최로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차기정부의 해양수산기후부 신설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모습이 담겨있다. 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 후보와도 몇 번 대화했고 중앙위 정책팀에서 움직이는 것을 볼 때 해양수산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 몇 번에 걸쳐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서 수산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는 어젯밤 SBS 보도에 나온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며 "민주당은 '문 후보는 해수부 2차관 신설을 약속한 바 없다'더니,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문 후보가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서 '얘들아 고맙다'고 말한 뜻을 국민이 이제야 알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라는 전 국민의 아픔을 자신의 선거에 악용하고 그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협박해 기사까지 삭제토록 한 것은 물론 해당 언론사의 즉시 사과를 받은 것은 이미 대통령이 된 듯한 오만한 태도"라며 문 후보 측이 SBS에 기사삭제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에 근거한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면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해수부 공무원의 일방적인 말만 갖고 민감한 시기에 이러한 보도를 한 데 유감"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인양 의지가 없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춘다는 의혹이 있었지, 이걸 문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세월호 변호사'를 자처해 온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은 수중수색이 종료된 2014년 11월부터 인양을 서둘러달라고 했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하다 세월호 1주기 때 박 전 대통령이 운을 띄우자 인양을 결정했다"면서 "결정 자체도 늦어졌고 해수부의 소극적 태도도 인양을 고의로 지연한다는 의혹을 들게 했는데 해당 보도는 최근의 악의적인 기사 중 최고"라고 비판했다.
SBS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기획의도와 다른방향으로 기사가 나갔다며 사과했다. SBS 측은 김성준 보도본부장 명의의 사과문에서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면서 "해당 기사 삭제는 의혹과 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의 어떤 간섭없이 보도책임자인 제가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상처를 받으셨을 세월호 가족과, 문재인 후보, 시청자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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