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1일 남겨두고 후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보 지지자들의 단체행동 위험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들을 깎아내리거나 조롱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상대 후보자의 지지자들에게 협박성 행위를 하거나 헛점을 캐내 비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상대 진영에 대한 린치 혹은 린치받은 사실의 폭로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과 비교해 흑백비방선전은 5.4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게시물 삭제 요청은 4.4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임경선 작가 식칼협박,'문재인 공포증'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임 작가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자신의 저서에 식칼을 꼽은 사진을 보게되는 등 다른 후보 지지자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SNS를 통해 고통을 호소했다. 임 작가는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지난번의 언어 성폭력 사해에 이어 칼부림 협박 메션을 받는 것은 저 하나로 부디 끝나기를 바랍니다"라며 "공지영 작가님이나 황현산 선생님께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릴게요"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공지영 작가와 항현산 문학평론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문화·예술인이 정치적 성향을 밝히며 특정 지지세력로부터 집단 린치를 받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공격과 협박에 시달린 임 작가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협박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김우석 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장은 "인지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안전의 대한 위협 등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 수준이 고발 혹은 고소된다면 형법의 협박죄로 처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전인권씨도 안 후보 지지를 표명한 뒤 일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 가수'라고 비난받는 곤욕을 치렀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적폐라는 단어가 범죄를 저지른 기득권 층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돼버린 만큼 개인의 명예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전씨는 촛불집회 당시 광장에 애국가를 부르는 등 집회에 참여한 가수 중 한 명이다. 이에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전인권씨를 적폐가수라고 할 수 있냐"고 질문하고 문 후보가 "내가 한 건 아니지 않냐"고 답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문 후보는 이튿날 SNS를 통해 "전인권씨 고맙습니다. 누구를 지지하든 전인권의 진정성 믿습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히트곡 '걱정말아요, 그대'의 표절 시비가 터지면서 다시 온라인 상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문 후보 지지를 밝혔던 동료가수들이 전인권씨의 선택을 옹호하고 나섰다. 가수 이은미씨는 "전씨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혔을 뿐,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도 "누군가를 지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전인권 선배는 '적폐가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이버 폭력이나 비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사이버 위반행위는 총 3만1746건에 달한다. 18대 대선 기간 중 위반행위(7201건)보다 4.4배 늘어난 것이다. 19대 대선에서 비방·흑색선전은 2만1826건, 위법게시물 삭제요청은 3만1670건으로 조사돼, 18대 대선 보다 각각 5.4배, 4.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 기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비방·흑색선전과 위법게시물 게재는 함께 이뤄지는데 삭제요청 후 삭제가 되더라도 다른 곳을 통해 계속 재생산된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결국 가짜뉴스가 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도 심각한 문제다. 기본적인 방식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후보와 가족을 비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중앙지검 공안2부는 문 후보와 가족에 대한 거짓 내용을 인터넷상에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칼럼니스트 이 모씨(68)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라질에 사는 이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린 '문재인, 빨갱이야!'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문 후보가 "대한민국에 공산주의를 합법화시키겠다고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모든 책임을 대통령과 국가에 돌리는 괴물 정치사기꾼이며 북한으로부터 조종당하는 로봇"이라고도 비방했다.
사진 조작 또한 횡행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인터넷에선 '소국은 소국답게 중국 의견 존중하자'라는 내용의 문 후보 현수막이 서울 시내 교차로에 걸려있는 사진이 유포됐다. 이 사진을 두고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를 돕는 변희재 전략기획본부장은 "이게 진짜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인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가 쓰여진 현수막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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