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현장투표 자료 유출 논란으로 초반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들 간 아름다운 경쟁을 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모바일투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2012년 경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각 캠프가 선거 공정성을 문제삼는 동시에 상대 캠프 유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불신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 선관위 "어깨너머 본 자료"
민주당 선관위는 2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조사 결과 선거 방해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형사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승조 진상조사위원장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근거없는 자료로 인식해주셨으면 한다”며 “어깨 너머로 본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캠프는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주 기자간담회에서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쳐서는 안된다. 개표 결과를 그때그때 발표해 당당하게 국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안희정캠프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박용진 의원은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정말 정권 운영 능력을 갖췄는지 국민이 의심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선 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이 편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 역시 "민주당 지역위원장 단체카톡방에 선거결과가 여러개 올라왔다. 그 결과 유출된 내용이 일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文-安 갈등 깊어지나
민주당 경선 양강구도를 형성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 대립이 투표자료 유출과 맞물리면서 양측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문 전 대표 캠프 송영길 총괄본부장과 안 지사 캠프 박영선 의원멘토단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리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투표 유출 논란에 대해 송 의원은 "누가 보더라도 불가피하게 유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반면 박 의원은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이 부분에 대해 당의 분명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에서는 자칫 2012년 대선 경선이 재현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경선 당시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경선룰 협상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완전국민경선방식이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면서 결선투표제를 포함시킨 뒤 경선룰에 합의했지만 ARS투표에 대한 반발로 지역 순회경선은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부터 흔들렸다.
이번 경선의 경우 한 투표소마다 10여명 내외의 참관인이 개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불상사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점에서 공정선거를 위한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희정 “어게인 2002'행사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당 경선 첫 번째 결전지인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23일 세월호 인양작업이 진행되면서 엄숙한 분위기가 감도는 와중에도 후보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욕심 같아서는 호남에서부터 압승을 거둬 조기에 민주당 후보로 빨리 결정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일정을 소화한 문 전 대표는 광주로 이동해 결전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사전 일정 공개없이 팽목항을 비공개로 찾았다. 안 지사는 "새벽까지 상황을 보면서 가보고 싶었다. (세월호는) 저에게도 큰 상처였다"며 "가장 높은 호감도와 가장 낮은 비호감도를 가진 제가 광주·호남 민심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또 최근 경영난에 빠진 금호타이어의 노조를 방문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경선돌풍을 일으킨 2002년을 기억하는 의미로 '어게인(Again 2002), 광주의 기적' 행사를 열었다.
지난 19일부터 호남지역으로 출퇴근하며 총력전을 펼치는 이 시장은 호남에서 최소 30%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남 경선에서 안 지사를 제쳐서 경선 역전 발판을 마련한 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대역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광주 = 정석환 기자 / 서울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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