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대선 과정을 이끌 지도부 체제와 경선일정 재조정으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오는 28일 대선후보를 확정하기로 한 경선 일정을 다음 달 4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4일 비공개로 열린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경선 일정을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열린 심야 의원총회에서도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경선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유 의원 측과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김성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은 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일정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경선관리위원회에 경선일정을 현실적으로 조정해달라고 공식요청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경선관리위원회는 당초 오는 28일 대선후보를 확정하기로 했으나 이를 다음달 4일로 연기하고 정책토론회 횟수도 줄이는 방안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과 남 지사 캠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조속한 시일내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돼 보수 표심을 공략하려는 유 의원 측에서는 경선일정 지연 자체를 '후보 흔들기'로 보고 있고 남 지사 측에서도 기존 경선룰을 고수하며 정책토론회 축소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김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문제를 놓고도 김 의원 측과 유 의원 측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 측에서는 당내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선과정을 이끌어 나가고 '제3지대' 등 외연확장을 위해 정치적 중량감과 돌파력을 갖춘 김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대선 불출마와 함께 백의종군 선언을 하며 황영철 의원이 본부장을 맡은 전략홍보본부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반면 유 의원 측에서는 김 의원 측근들이 당권을 장악해 유 의원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은 상황이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김 의원말고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측근들의 태도를 볼 때 쉽게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경선을 앞두고 있는 손학규 전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과 조찬 회동을 했다. 이들은 향후 대선정국에서 후보연대나 단일화 등을 염두에 두고 탐색전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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