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상대로서 북한 통치자로 김정은을 인정'한 점을 두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든 또는 대화하든 그 상대의 실체로서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은 인정 여부 자체만으로도 '문재인 대북관' 논란을 일으키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대북문제 해법으로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해 12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는 "북핵 폐기 논의를 위해서라면 김정은과도 정상회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는 질문 자체는 사실 참 슬픈 질문"이라면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문 전 대표의 대북관에서 기본 전제조건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북핵문제 해결에 있다. 고착된 남북 냉전 구도를 풀어보려면 우리가 상대를 정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경일변도로 대북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오히려 한반도 긴장관계가 극심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의 인도적인 대북지원까지 막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어 주변강국에 한반도문제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통일을 대비한다면 북한 주민들을 미리 한국에 우호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과 왕조체제에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유린, 김정남 암살 사건을 통해서 드러나는 포악하고 무자비한 행태 등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북한의 지배체제에 대해서 전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그러나 북한의 지배층이나 지배체제와 별개로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언젠가는 함께 껴안아야 하며, 또한 통일되어야 될 대상"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층과 주민들을 놓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외교자문그룹인 '국민 아그레망'을 발족하고 대북정책을 세심하게 조율하고 있다.
국방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본인이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종북 논란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감축하지만 현대전 대응을 위해서 국방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지 여부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을 외교적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을 해서 공연히 김정은에게 면죄부를 줄 필요는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김정은과 협상을 해야겠지만 이 말을 우리가 먼저 해버려 외교적 협상 카드 하나를 소득 없이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김정은을 외교적 실체로 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김정은과 대화가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정신이상자로 몰아가며 불가능하다고 보는 건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비핵화를 위해 우선 북한 내부적으로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며, 특히 경제적 지원이 북한 내부의 체제를 동요시켜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과거 미국이 스탈린과 협상을 했다"며 "또한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 /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