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 흥행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 주자가 참여정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만큼 결국 김 전 대통령(DJ)에게 투표했던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낼지가 경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 전 대표의 자문단인 '10년의 힘 위원회'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60여명의 참여 인사 중 37명의 명단을 우선 공개했다.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에서 장·차관 출신으로 구성된 이번 자문단은 문 전 대표의 국정 자문역 역할을 맡게 된다.
문 전 대표 측은 중량급 자문단을 발족하면서 '준비된 후보'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은 물론, 당내 경선이 안 지사와의 '민주정부 적통' 경쟁 구도로 흐르는 만큼 '민주정부 10년'을 앞세워 문 전 대표가 민주정부의 후계자임을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자문단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여정부와 국민의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전 원광대 총장과 이영탁 참여정부 국무조정실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국민의정부 출신으로는 이진순 전 한국개발연구원장,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김성진 전 여성부 장관 등이 눈에 띈다.
반면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을 겨냥해 과거 이회창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을 꺾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대세론을 뛰어넘는 게 DJ·노무현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한 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의 DNA는 도전과 역전"이라며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불가능할 것 같은 주류의 대양에서 김대중 후보는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강조했다. 당시 신민당 경선 1차 투표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전을 일궈낸 사실을 언급하면서, DJ 지지자들에게 이번 경선에서 자신이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한 셈이다.
안 지사는 이어 "2002년 이인제 대세론을 그 누구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노무현 후보는 도전해서 역전시켰다"며 "저 역시 지금 그 야당의 전통에 따라 도전하고 있고, 새로운 기적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이날 안 지사의 지역기반인 충청으로 출격하면서 안 지사 견제에 나섰다. 우선 문 전 대표는 세종시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1990년 김대중 대통령의 목숨을 건 13일 간의 단식 투쟁으로 지방자치의 길이 다시 열렸다"며 지방자치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이어 국회 분원 설치와 행정자치부·미래창조과학부 이전도 약속했다. 그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국회의원들이 (세종으로) 내려와서 상임위활동을 하고, 국정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무원 복지와 편의를 담당하는 행자부도 세종시로 이전시키고, 미래부도 이전해 충청을 4차 산업혁명의 본거지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처럼 양 주자 간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이 이날 저녁 대규모 회동을 가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언주 의원이 당내 개헌파 의원들끼리 한번 모이자는 취지로 추진했다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측 의원들까지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는 게 모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참석자는 변재일 박영선 오제세 이상민 이종걸 진영 의원 등 중진을 비롯해 재선의 이언주, 초선의 김성수 최명길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의 좌장인 김종인 전 대표도 16일 독일 방문을 앞두고 참석해, 자연스럽게 당내 경선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의원들 중 상당수가 안 지사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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