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 행보를 연일 비난하던 북한 매체들이 그의 대선 레이스 하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비난 공세의 초점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맞추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반 전 총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닷새째 되는 5일 오후까지도 이 사실에 대해 아무런 논평이나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반 전 총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2일 '남조선 신문 반기문의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비난'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한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를 인용한 기사가 마지막입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도 반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사실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반 전 총장이 귀국을 앞두고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자 그에 대한 집중적인 비난 공세에 나선 바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고부터는 연일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해 공격 수위를 높였습니다.
탄핵 국면을 통과 중인 한국의 내부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는 인물을 선제적으로 견제할 목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최근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비난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4일 '공범자가 권력을 꿈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황 권한대행이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국정' 농단의 주요 범죄자"라며 "박근혜와 함께 감옥으로 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과 대남 매체 '우리 민족끼리'도 최근 각각 '박근혜와 함께 탄핵받아야 할 특등 범죄자', '감옥에 가야 할 특등 공범자'라는 제목으로 황 권한대행을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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