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판단한 김 전 대표가 일생의 신념인 '경제민주화' 구현을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최근 반기문·손학규·안희정 등 대선주자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제3지대 구축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탈당설에 대해 "거취는 내가 직접 밝혀야지, 주변에서 얘기하는 것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탈당계를 써서 가지고 다닌다'는 일부 보도에도 "거짓말 같은 얘기다. 내가 쓰지도 않은 탈당계를 누가 썼다는 거냐"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거취를 두고선 "내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얘기를 하겠다. 더 기다려 보라"고 했다. 당장 탈당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탈당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당장 탈당하진 않겠지만 당내 비문재인계 의원들 사이에서 '문재인으론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중론이 모아지면 김 전 대표가 중대결심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결국 본인이 직접 탈당하기보단, 당내 탈당파가 세력화해 김 전 대표를 탈당파의 리더로 추대하는 과정을 거쳐 민주당을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문계 의원들 상당수가 최근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테러 및 ‘18원 정치후원금' 사건을 겪으면서 속앓이를 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원래 비문계가 50여명 정도 됐다면 문자테러 사건 후 친문계에서 이탈한 의원들이 20여명은 될 것"이라며 "결국 민주당 의원 130여명 중 절반이 문 전 대표에게 비협조적인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김 전 대표의 직접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전 대표가 이미 수차례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고,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중도·보수층이 선뜻 표를 줄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손학규와 같은 인사와 짝을 이룰 경우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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