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전국 민생행보에 나서면서 여론몰이에 나선 가운데 다급해진 여야 대권 잠룡들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얼굴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대선 주자들은 가족친지들이 모두 모이는 설 연휴를 1차 승부처로 보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르면 올 4~5월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1월말 설 밥상머리에서 오가는 '설 민심'은 차기 대권 구도를 가늠하는 중대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2월 대선을 치르면서 두달여전 추석민심은 대권 잠룡지지율을 크게 흔들어놓아 2강~3강 구도로 재편하는 신호탄이 됐다.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0월 추석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대권을 잡은 바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일자리와 남북관계 등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등 본인의 길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1월 중에 자신의 국가비전을 담은 책을 발간한 뒤 전국순회 북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이 책은 시대정신과 개혁과제를 정리한 것으로 설 이전에 출판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해 30만부 가깝게 팔렸던 여세를 몰아 문 전 대표는 이번에도 북콘서트를 통해 국민과 소통에 나선다. 문 전 대표는 이와 별개로 공식 대선 출마선언을 갖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에는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제 18대 대선출정식을 개최한 바 있다.아울러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회각계인사 모임인 '더불어 포럼'은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식을 갖고 외곽 지지세력을 끌어모은다. 더불어포럼은 조만간 여의도에 선보일 '문재인 대선 캠프'의 준비 조직이다.
민주당 내 다른 대권주자들도 경선준비에 일제히 돌입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는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을 갖는다. 사실상 공식적인 대선 출정식으로 읽힌다. 이 조직은 지난해 9월 이 시장이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외치며 출마결심을 밝힌 이후 SNS를 기반으로 형성된 자발적 지지자들 모임이다. 이 시장의 지지율을 1%대에서 10%이상으로 끌어올린 주역들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오는 22일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하기로 했다.
안 지사는 "민주당 후보로서 정권교체, 세대교체, 시대교체 등 세가지 목표를 갖고 대권에 도전한다"며 "저의 정권교체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을 향하지만, 어느 정권이든 그 정권시기에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약속했던 것은 계승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주말 부산 등 영남을 돌면서 전국적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특히 박 시장은 고향인 오는 15일 창녕을 찾아 부모님 산소에 참배하고 지지자들과 산행한 뒤 창원에 있는 소녀상을 둘러보기로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오는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이후 대선캠프를 구성하면서 청년일자리 등 정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대선출정식 등 거창한 외부행사에 대해서는 꺼리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출정식을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경제와 안보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2월 국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하는 데 전력을 쏟기로 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오는 19일 '우리가 가야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라는 저서를 내놓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오는 22일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시키고 개헌을 고리로 제 3지대를 흡수하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딪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노동과제를 1과제로 삼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18일~19일께 대선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범여권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진도 팽목항, 광주 5.18 민주묘지, 경남 봉하마을, 대구 서문시장, 부산 유엔기념공원 등을 순차적으로 도는 전국 민생행보에 나선 가운데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충청권 대항마로서 15일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바른정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5일 나란히 대선 출사표를 던져 당내 경선후보로 입지를 다진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확고한 1위를 달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전달보다 11%포인트 오른 31%로 집계됐다. 이어 반 전 총장 지지율은 20%를 유지했다. 다만 이번 대권주자 선호도에는 반기문 총장의 귀국에 따른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반영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이재명 시장이 12%, 안철수 전 대표 7%, 안희정 충남지사 6%,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5%, 유승민 의원 3%, 손학규 전 고문 2% 등 순이다.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구도에서 44%의 선호도를 얻어 반 전 총장(30%)과 안 전 대표(14%)를 앞섰다.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가 찬성했고 39%는 반대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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