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9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압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을 물러나겠다”며 퇴진일정을 국회에 떠넘겼지만 이와 별개로 특검 수사를 통해 명백하게 박 대통령의 위법사실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5시 국회에서 만나 청와대에 추천할 ‘최순실 게이트’ 특검 후보 2명을 조율했다.
종전 야2당은 특검 후보로 대검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와 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지냈던 임수빈 변호사 등도 논의대상이었다.
특검 후보로 다양한 인물이 거론됐지만 본인이 고사하는 등 야2당은 어려움이 많았다. 박시환·김지형 등 대법관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의 제안을 고사했다.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도 국민의당의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후보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29일 오전 “적당한 인사들을 구해 접촉을 해왔으나 고사하는 분들도 있고 사건이 방대하다 보니 특정 법무법인에 근무해 제척되는 분들도 있어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재차 거부에 검찰은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재차 거부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특본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의 수사 개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검찰에서의 대면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밝힌 3차 대국민 담화 내용과 관련해 특본 관계자는 “담화 내용을 상세히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공소장에 적혀있는 대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죄 적용과 공소장 변경은 특검 전에 결정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은 특검에 인계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뇌물죄 등 주요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게 된다. 당시 검찰이 청와대의 수사 지침을 따랐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77·고등고시12회)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49·사법연수원 19기)이 주도적으로 수사 방향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 인사들은 최근 “특검에선 박근혜 대통령 수사보다 문건 유출 사건 재수사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당시 문건 작성 책임자로 지목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54·18기·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공개적으로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57·16기·현 검찰총장)이 ‘핫라인’을 구축해 사건 프레임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왜곡 수사’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는 조 의원과 박관천 전 경정(50·당시 행정관)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최씨의 전 남편 정씨와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10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국정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인 그 해 12월 1일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이며 보도된 문건 내용은 ‘찌라시’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역시 비선 모임 등의 의혹은 모두 ‘날조’로 결론 낸 뒤 문건 유출 관련자들만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조 의원과 박 전 경정은 원심에서 주요 혐의에 무죄가 선고돼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경정의 문건을 무단 복사한 혐의 등을 받은 한일 전 서울청 경위(46)는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상고했다. 이 문건을 언론사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은 고 최경락 경위는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그 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효성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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