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백두산 계열’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 엔진의 분출 실험을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야욕을 재차 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또다시 고강도 도발행위를 감행할 우려도 높아졌다.
북한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만나 북한의 도발 행위를 규탄하고, 대북제재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기업을 통해 북한에 상당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위반 사례가 나타남에 따라 중국의 대북제재 협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 측은 “두 정상이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와 양국 사법채널을 통한 대북제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리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이날 회동에서 양측 정상들은 한반도·북핵 이슈 이외에도 환율 문제를 포함한 공정 교역, 기후변화 대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미·중 회담에 앞서 관계 당국이 북한과 5년 간 약5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불법 거래를 한 랴오닝 훙샹 그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다른 중국 기업까지 단속이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안보리의 추가 제재 논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리 총리는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오전(현지시간)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고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도발은 국제사회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한 것에 대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대북제재 협력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에 외화가 유입된 정황이 속속 포착됐고, 이같은 거래가 대부분 중국 기업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과 대북제재 강화 성명 등을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한 중국의 협력을 강력히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내 싱크탱크들도 “중국의 협력을 담보하지 못하면 대북제재 효과가 반감된다”고 지적하고 중국을 압박하거나 제재 이외의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철저히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면서도 “그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들이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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