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맞아 보험사와 건설사 대표들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잠정 채택했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국토교통위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이철용·박찬종 현대해상화재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 등이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잠정 채택됐다.
보험사 대표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들은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이 회사들이 대리운전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가입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지역 업체의 민원을 받은 의원들이 가입에 소극적인 보험사들을 불러 군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의 경우 대리운전업 종사자들의 권익향상 문제를 묻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됐다.
국토위의 한 여당 의원은 “지역에서 민원이 오니 이들을 부르는 것 아니겠냐”며 “일단 국감이 시작되는 26일에는 부르지 않고 논의를 계속하면서 10월 국감 막바지에 부를 사람을 추려내겠다”고 말했다.
보험사 대표들의 증인 채택이 당장 확정되지 않고 계속 논의하기로 한 것은 국토위 여야 간사들이 무더기 증인 채택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국토위 국민의당 간사인 윤영일 의원은 “여당에서 보험사 대표들을 한꺼번에 부르려고 했는데 모양이 좋지 않아 계속 논의해서 뺄 사람은 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마구잡이식 증인 신청을 하는 행태는 여전한 만큼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체 대표들도 대거 증인 목록에 포함됐다.
이미 농해수위에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김영섭 LG CNS 대표 등이, 환노위에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한찬건 포스코건설 대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와 라케시 카푸어 옥시본사 대표가 일반증인으로 확정됐다.
일반 증인 뿐 아니라 피감기관 소속 공무원인 기관 증인들도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13개 상임위원회에서 2919명의 기관증인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전체 16개 상임위의 기관증인은 3000명을 넘길 전망이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 지사 등 관심을 끄는 인물들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전날 운영위는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를 기관증인에 포함시켰다. 민정수석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야당에서 강력하게 출석을 요구하는 데다 여당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한 의혹으로 역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전날 법사위가 기관증인으로 채택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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