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수산업·의료·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는 지난달 31일 제2회 동방경제포럼과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러시아가 낙후된 극동·연해주 지역을 미래의 땅으로 바꾸기 위해 한국을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이 총영사는 밝혔다.
이 총영사는 인터뷰에서 “수산업은 러시아에서 극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이를 만큼 중요한 분야”라며 “러시아는 이 분야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는 올해 초 연해주·사할린·쿠릴·캄차트카 등 4곳에 △대규모 냉동창고 △수산물(명태 펠릿) 가공공장 △냉동수산물 제품 가공 공장 △다목적 가공단지 △해양생명과학 혁신벤처 센터 등 5개 프로젝트를 우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거대 원양 선단을 보유한 한국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공사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총영사는 러시아가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한국 의료기관의 극동·연해주 진출도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극동·연해주 지역을 ‘살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극동·연해주 거주민을 중심으로 해마다 러시아인 3만여 명 정도가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을 원격의료 시스템에 등록해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극동·연해주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영농법인를 중심으로 건설·호텔·환경 분야에서 약 40여 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 총영사는 “낙후된 인프라스트럭쳐와 까다로운 통관 절차, 복잡한 법체계와 자의적 규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만만찮다”면서도 “(이러한 어려움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뚫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극동·연해주 지역에서 한국의 경제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 총영사는 “블라디보스톡 시 등지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 교통카드 시스템 분야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노선에 (한국산 시스템이) 설치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영 및 민영 버스에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바롭스크·유즈노사할린스크 등 극동지역 여타 도시에서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어 한국 시스템이 극동지역 주요도시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이 총영사는 장기적 측면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한·러 간 협력이 ‘남·북·중·러’의 4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밝혔다. 한국의 역내 경제통합·북한 변화유도 구상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이 지역에서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중기적으로는 한·러·중 3개국 간의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동해-블라디보스톡 항로의 통관 속도를 높이고 물동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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