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반대 촛불 집회 참석을 놓고 성주지역 학생 간에는 갈등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성주지역 일부 고등학교들은 정규 교과 과정이 끝난 후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지만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야간자율학습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촛불 집회 참석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하지만 촛불 집회 참석 학생들은 SNS를 통해 또래 친구들의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한편 집회 미참가 학생들에 대해선 SNS상에서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주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정규 교과 과정이 끝난 학생들에게 촛불집회 참가 자제를 권유하고 있지만 이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심적으로 힘들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성주 관내 초중고교 교사들은 촛불집회 참가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인 1조로 구성된 감시팀을 꾸려 매일 집회를 감독하고 있다. 현재 매일 밤 8시부터 시작되는 촛불 집회 참가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성주지역 학생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전학까지도 고려하는 중이다. 이봉근 성주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일부 학부모들 중에는 벌써부터 전학을 보내야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학생들의 촛불 집회 참가를 자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는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가가 늘어나자 집회 종료 시간도 기존 밤 10시에서 9시 30분으로 30분간 줄이기로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군중심리에 노출된 학생들의 동조현상이 더 강하게 작동하다보니 시위참여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한 배타성도 동시에 강화되는 것”이라며 “주관적 판단력이 아직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집단시위 참여는 심리발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주지역 민심의 내분은 ‘사드반대’를 외치는 지역민들이 만든 투쟁위원회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전날 이재복 공동위원장이 언론에 “폭력사태에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 후 ‘외부인’의 정체를 둘러싼 이견이 발생 중이기 때문이다. 4명의 공동위원장 가운데 한명인 김안수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 공동위원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집회에 참가한 99%가 군민이었기 때문에. 외부 세력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날 대치상황은) 젊은 사람은 모른 사람은 더러 있는데 계란과 물병이 날아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대다수가 성주 사람이 고 워낙 분위기가 끓어오르고 분노가 차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 억누르지 못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동위원장이 여럿이 있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갔는데 이번 일은 안타깝게는 생각한다”며 “그 어른(이재복위원장)께서는 연세가 팔순 다 돼가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투쟁위 내부에서도 연령대와 시각에 따라 대처방식을 놓고 시각차가 크다는 얘기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서울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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